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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인숙 시인 / 번호 자물쇠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1.

최인숙 시인 / 번호 자물쇠

 

 

  계단은 돌아간다

  0부터 9까지

  뒤에 숨었다가

  다시 계단이 되는 얼굴들

 

  잘못 맞춘 눈동자

  계단에 올라서기 위해선

  아름다운 조합이 필요하다

 

  0은 8을 불러오고

  1은 7을 불러온다

  불려 온 숫자들은 같은 음색을 가졌다

 

  계단 끝에서

  계단이 손가락을 고른다

  먼저 자리 잡은 계단의

  약속이 흐려진다

  다시 시작하려다가

  참을성 있게

  계속 계단을 올라보지만

  숨이 차지 않는다

 

  숨이 차고

  마지막 계단에 이르니

  벽이 사라졌다

  순간 네게로 통하는 길이 보였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최인숙 시인

서울에서 출생. 가톨릭대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구름이 지나가는 오후의 상상』(시산맥, 2017)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