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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서진 시인 / 마찰음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3.

최서진 시인 / 마찰음

 

 

  키우던 고양이의 아침이 죽었다 나비라고 불리던

 

  담벼락은 나비의 배경이면서 핵심, 나비의 태도로 긴 복도를 지나간다

  서로를 닮아 가다 저녁에 어긋날 웃음같이

 

  세계와의 관계를 확정하는 벽면들

  부서진 컵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존재의 부재로부터 다시 과묵해진다

  메시지처럼 지워진다, 너는

 

  저녁이 얼굴처럼 녹아 흐르는데

  녹아버린 저녁이 한 호흡으로 몰락하는데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담벼락들 손바닥을 부딪치며 깊어지고 무거워 진다

  멈춘 어제와 죽은 고양이와 나를 어떻게 지워야 할까

  슬픔이 지나간 적 없는 골목에서 눈이 없이 태어나는 나비들

 

  어둠 뒤에서 후회처럼 짙어지는 그림자

  허공을 빌려줘,

  그것이 생각이라면

  난해한 빗소리처럼 쏟아지지 말자

 

  부서진 아침을 맞이한 것처럼

  고양이가 없는 곳에서 태어난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최서진 시인

충남 보령에서 출생. 2004년 《심상》으로 등단.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현재 <좋은시공연문학회> 회원. 성결대 및 서일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