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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렬 시인 / 식물의 사생활 7 - 소금꽃나무
그 꽃나무의 조상은 바람에 실려 소금밭에 떨어진 한 알의 씨앗이었다. 빛과 그늘도 담으로 갈라선 세상은 지평선 너머로 탄식만을 전할 뿐.
푸르른 빛의 눈썹이 틔어오는 새벽을 누구도 기다리지 않아, 깊은 어둠과 쓰라린 망각에 묻힌 채 씨앗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나날을 뜬 눈으로 지냈다.
어느 해, 병든 새끼를 초원에 눕힌 뒤 무리를 따라 떠난 어미가 있었다. 몇 해 지나 온몸의 핏줄이 소금에 삭은 채로 찾아온 어미는 씨앗의 곁에 누워 스러졌다.
어미 짐승의 짜디짠 몸을 먹은 씨앗은 비로소 소생하여, 오랜 산통 끝에 염분을 먹으며 살 수 있는 배아를 만들어냈다. 혹한의 해에도 가뭄에도, 나무는 소금으로 가득한 꽃송이를 탐스럽게 피워냈다.
어느 봄날, 탁발에 나선 현자가 소금밭에 외로이 피어 있는 꽃송이를 보았다. 짜디짠 꽃을 먹은 그는 바닷가 마을 언덕에 꽃나무를 옮겨 심었다.
세상의 짠 맛이 말라 갈 무렵, 노쇠한 현자는 첩첩산중의 고향마을 우물곁에 소금꽃나무를 심은 후 숨을 거두었다.
오랜 후 우물가는 작은 소금정원이 되어, 사랑을 잃은 이들의 그릇을 눈물로 가득가득 채워주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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