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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강 시인 / 약을 먹는 여자
약 먹었어요 빠뜨리지 말고 챙겨먹어요 어른들이 그러잖아요 옛날에는 굶기를 밥먹듯이 했다고 이제 굶을 필요가 없잖아요 먹을 게 얼마든지 널렸잖아요 굶지 마세요 배는 고픈데 밥맛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약으로 배를 채워야지요 약을 먹어야 살아요 밥먹듯 약을 먹어요 약이 밥이에요 밥을 안 먹고는 못살잖아요 밥상머리에서 투정하는 아이처럼 그러지 말고 제발 약을 먹어요 쓰다고요 어쩔 수 없어요 맛으로 먹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 세 번 그냥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거예요 약을 믿어요 약이 우리를 구원할 거예요 오늘 약을 받아왔어요 한달치 양식을 벌었어요 마트에서 주는 큰 비닐봉지로 한 봉지예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예요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지 않은가요 나를 두고 떠날 자신이 있나요 사지는 말라가는데 배만 자꾸 나온다구요 어쩌겠어요 우선 살고 봐야지요 쪼그라든 위장 속으로 밥을 털어넣어요 자 여기 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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