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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봉 시인 / 선운사 동백나무
선운사 동백나무는 학교통근버스다 창문에 비추는 풍경은 바람에 흔들리는 선운사 대웅전 풍경처럼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동박새 배는 흰색 몸은 연두색 눈 주변 흰 테두리 숨죽여 아내의 안경을 생각나게 한다
파란 빨간색 없는 녹슬지도 않는 흰 안경 하늘 맑은 고향 뒷산에 올라 빨간 안경은 파란 하늘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안경 속의 붉은 저녁놀은 파랗소
동백꽃 가슴에 품은 꽃술이 첫사랑 아내처럼 가볍게 떨고 있다 부끄러운 얼굴로 한마디 말없는 그대 속으로만 타 오르던 붉던 얼굴 나는 난파된 조타수처럼 애원한다 그날의 고백 후 생일날도 기억 못해 허무의 웃음을 보내던 아내는 안경을 써야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통근버스처럼 앞 만 보고 달려온 것이 부끄러운 죄인이 되는가보오 통금이 지나 술이 집으로 안내해도 하나 잘못 없다고 나 기쁘니 따라 웃어주라 말했을 때 서글픈 미소를 짓던 그 밤들이 잠을 앗아가 그리 눈이 나빠졌소?
산언덕을 넘어 눈발은 치고 나리는데 얼어붙은 땅속 실개천처럼 숨죽이며 내 삶이 올빼미 생활이라는 당신의 그 말이 그리 섭섭했었는데 눈이 아파 눈물 많이 흘렀는가 보오 내 마음 읽는 안경이 두렴기도 하지만 색갈이 없어 무척이나 다행이오 그 안경으로 보는 내 모습이 본래 나이니 무어라고 한마디 말을 건네주오
학교 통근버스에서 캠퍼스에 내리자 진홍빛 슬픔 토해낸 동백꽃 내 열정 진정 날 못 잊어 찾아온 당신은 한 마리 동박새 황갈색 옆구리를 날렵하게 퍼덕이는 녹색 등줄기 깃털 입으로 공중에 열매를 던져 받는 묘기 고운 몸매를 자랑하는 동박새
꽃나무에 꽃가루를 옮기고서 빨갛게 피우던 절정의 꽃 위로 비밀스런 눈빛이 선한 지난 날 동백나무 숲 동박새는 보이지 않지만 날 부르는 그대 있어 꽃을 필수 있는 조매화처럼 삶을 경이롭게 간직하는 사람은 고통도 기쁨 못지않게 경이롭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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