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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심창만 시인 / 사랑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4.

심창만 시인 / 사랑

 

 

  이빨과 함께 나는 상했다

  어금니도 그 주변도 썩거나 떠났다

  충치를 치료하듯, 아- 소리나게

  나를 좀 열고 살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흔들리지 않았을 걸

 

  아프다고 다 빼버리면 남는 게 없다고

  허술한 내 어금니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이던 치과의사가

  고통이 들어앉은 사랑니 하나를

  금으로 씌워주었다

 

  뒤늦게,

  이름뿐인 사랑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되었다

 

  이를 물고 잊으려 해도

  무덤보다 오래오래 남아

  흙 묻은 얼굴로

  끝내, 나를 증명할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1월호 발표

 

 


 

심창만 시인

전북 임실에서 출생. 1988년 《시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1997년 계간 《문학동네》로 본격적인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무인등대에서 휘파람』(푸른사상, 2012)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