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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지하 시인 / 사람 사이의 틈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9.

김지하 시인 / 사람 사이의 틈

 

 

아파트 사이사이

빈틈으로

꽃샘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 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틈

새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김지하 시인 / 사랑

 

 

꽃 피어도

나비

오지 않는다

 

봄의 적막이

속에 든다

 

춥고

외로와

사랑하고저 하나

내밀어 볼

없다

 

온 마음

맨몸이 죽도록

거리를 걷는다

피투성이로 걷는다

사랑하고저.

 

 


 

 

김지하 시인 / 산책은 행동

 

 

겨울 나무를 사랑한다면

봄은 기적 같으리

 

고독한 사람이

물 밑을 보리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랑잎에 훨훨훨

노을 불이 붙는다

 

산책은

행동.

 

 


 

 

김지하 시인 / 새봄3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김지하 시인 / 서편

 

 

내 마음에

불길 꺼지고

 

밤낮

흰 달 뜬다

 

차가운 자리

노을마저 스러져

 

무서운 꿈마다

꽃 피어난다

 

지난날 회한도

이제는 즐거움

 

아파트 사이

봉숭아 한 잎에도

 

하늘 든다

 

님아

이젠 오소서

 

검은 삶에

붉은 살 돋우시라

 

나 지금

서편으로 가는데.

 

 


 

김지하(金芝河, 1941~) 시인

1941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검은산 하얀 방』, 『이 가문 날의 비구름』,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화개』 등이 있고, 『밥』, 『남녘땅 뱃노래』, 『살림』, 『생명』, 『생명과 자치』, 『사상기행』,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 『옛 가야에서 띄우는 겨울편지』, 대설(大說)『남』, 『김지하 사상전집 (전3권)』, 『김지하의 화두』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 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1981),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등과 이산문학상 (1993), 정지용문학상 (2002), 만해문학상(2002), 대산문학상(2002)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