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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곤택 시인 / 파(波)
거리는 넓고 느릿느릿 여자와 남자들이 눈의 은막을 빠져나간다
코트를 젖히려는 언 주둥이들 곱은 맨손으로 가슴에 묻은 눈송이를 뗀다
서울, 겨울의 유배지(流配地) 일방통행을 잘못 든 택시는 주춤거리며 방향을 바꾼다
미끼처럼 오므린 주둥이들 그것을 덥썩 물고 튀어 오르는 하얀 주둥이들
빨간 간판 껌뻑거리는 지하 이발소 그녀는 눈 내리는 바깥을 무덤덤히 주무를까 얼어붙은 식사를 헤집는다 이런 곳에도 고양이가 사는구나
2012년 겨울, 내일은 2012년 겨울 주차권을 끊어주는 늙은 사내는 2012년 겨울 눈발이 굵어진다
지폐로 바꿀 수 없는 소유물의 모든 목록 천 개, 그리고 만 개쯤 발등에 몸을 붙이는 하얀 주둥이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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