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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 시인 / 고독사
모래 위를 걷는다 발자국에도 굽이 있다 희미함과 선명함의 굽높이를 모래가 삼키고 있다 먼저 지나간 발자국에 내 발자국 더하면 도룡뇽도 놀라서 달아난다 모래알은 머리카락 세우며 저항한다 뭉쳤다가 헤어졌다가 송곳니 숨긴 모래사장이 내 발을 베어먹기 시작한다 몸뚱아리 모두 먹어치울 기세다 그림자 흥건하게 흐른다 발치한 자리에 속입술 닿듯 당혹스럽다 모래 위를 걷는다 바람이 지나간 발자국을 지운다 모래가 도룡뇽을 삼켜 길을 내듯 내 모습을 본뜬 검은 자국이 생긴다 모래알이 별빛 아래 그림자를 찢는다 검은 피를 삼킨 시간의 알갱이가 내 몸에 쌓인다 나는, 내 몸을 통과해 사라지고 있다 발자국은 가장 가벼운 시간의 유서다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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