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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춘석 시인 / 슬픔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9.

박춘석 시인 / 슬픔

 

 

  거리에서 웃는 사람을 보고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우연히 발생했으므로 정체성이 없었다.

  한 몸인 것처럼 함께 걸었다.

  어둡고 닫힌 공간이었다.

  스멀스멀 출렁출렁 인식되었을 때는 그 것에 갇힌 몸이었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슬픔이 나무 이파리 속에서 팔랑거렸다.

  아기의 잠 속에서 들숨날숨 거렸다.

  피는 꽃 옆에서 지는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다.

 

  맑은 날씨, 누구나 똑 같은 여름은 피상적인 풍경이었다.

  나의 슬픔은 길에 널려 있는 즐거움으로 부터 잘 보존되었다.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

  다른 기후 속에 서 있었다.

  거리에 여러 종류의 기후들이 빽빽하게 뒤엉켜 있었다.

  개인적인 오늘 개인적인 하늘이었다.

 

  나를 적시고도 남을 슬픔을 출렁이며 걸었다.

  끝내 눈물은 눈 밖으로 넘치지 않았다.

  몇 번 위험 수위는 있었다.

 

  단 한 번 반가운 전화를 받는 동안 출렁이는 물 밖

  섬 같은 곳을 잠시 걸은 듯 했다.

  세포가 분열하듯 슬픔 옆에 기쁨이 자라준다면

  나는 몸을 바꾸듯 그곳으로 건너갈 것이다.

 

  슬픔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서는 어디로 갈까?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박춘석 시인

경북 안동에서 출생. 2002년 《시안》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는 누구십니까?』(시안, 2012)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