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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석 시인 / 슬픔
거리에서 웃는 사람을 보고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우연히 발생했으므로 정체성이 없었다. 한 몸인 것처럼 함께 걸었다. 어둡고 닫힌 공간이었다. 스멀스멀 출렁출렁 인식되었을 때는 그 것에 갇힌 몸이었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슬픔이 나무 이파리 속에서 팔랑거렸다. 아기의 잠 속에서 들숨날숨 거렸다. 피는 꽃 옆에서 지는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다.
맑은 날씨, 누구나 똑 같은 여름은 피상적인 풍경이었다. 나의 슬픔은 길에 널려 있는 즐거움으로 부터 잘 보존되었다.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 다른 기후 속에 서 있었다. 거리에 여러 종류의 기후들이 빽빽하게 뒤엉켜 있었다. 개인적인 오늘 개인적인 하늘이었다.
나를 적시고도 남을 슬픔을 출렁이며 걸었다. 끝내 눈물은 눈 밖으로 넘치지 않았다. 몇 번 위험 수위는 있었다.
단 한 번 반가운 전화를 받는 동안 출렁이는 물 밖 섬 같은 곳을 잠시 걸은 듯 했다. 세포가 분열하듯 슬픔 옆에 기쁨이 자라준다면 나는 몸을 바꾸듯 그곳으로 건너갈 것이다.
슬픔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서는 어디로 갈까?
웹진 『시인광장』 2013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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