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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선 시인 / 에스키모인의 막대기
약수터 지나 아주 먼 곳까지 걷고 싶다 내 안에 도사린 검은 짐승 몰아낼 때까지
에스키모인들은 슬픔이 사나워질 때 무작정 걷는다지 슬픔이 아기 눈물처럼 여린 눈꽃으로 나릴 때 멈춘다지 돌아서는 그 자리에 막대기 하나 꽂아둔다지
슬픔이 또 다시 거센 눈보라를 이끌고 어깨를 짓눌러 와 걷기를 나설 때 이전에 꽂아둔 막대기가 보이지 않으면 견딜만한 거지 언젠가 꽂은 그 막대기 만나기 전 마음속 짐승을 이기고 돌아서면 슬픔이 한 뼘은 줄어 있지 다가오는 삶은 끊임없이 그 마디를 자르고 잘라 거룩한 막대기 하나 꽂는 일
오늘 나만이 알 수 있는 곳에 막대기 꽂고 왔다
창밖, 적설을 이기고 우뚝 선 가지 하나 땅에 꽂은 설해목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3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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