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곤강 시인 / 엘레지(ELEGIE)
안개처럼 가라앉은 마음의 변두리에 악마가 푸른 눈초리로 슬며시 엿보는 밤
죽지 않는 정열의 풍차가 저절로 미쳐서 빙빙 돌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은 시간이다
송장처럼 다문 입술 위에 까마귀처럼 떠도는 벙어리 침묵이 가없는 밤의 '캠버스' 위에다 자줏빛 축문을 그려놓는 순간
눈물에 녹아 흐른 마음은 미친 바람에 취한 물고기처럼 슬픔의 바다 한복판에 자맥질치고
넋이 날아간 몸둥아리는 어미 잃은 송아지처럼 밤 새워 우노니 나의 파로-마야, 너는 갔느냐
시집 『만가(輓歌』(동광당서점.193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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