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인 / 역단(易斷)ㅡ가정(家庭)
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食口야封한창호窓戶에더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鍼처럼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壽命을헐어서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門을열려고안열리는門을열려고
월간 『카톨릭 청년』 1936년 2월호 발표
이상 시인 / 역단(易斷)ㅡ아침
캄캄한空氣를마시면肺에害롭다.肺壁에끌음이앉는다.빔새도록나는몸살을앓는다.밤은참많기도하더라.실어내가기도하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잊어버리고새벽이된다.肺에도아침이켜진다.밤사이에무엇이없어졌나살펴본다.習慣이도로와있다.다만내侈奢한책이여러장찢겼다.憔悴한結論위에아침햇살이仔細히적힌다.永遠히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
월간 『카톨릭 청년』 1936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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