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천 시인 / 사랑노래
그대 멀리 있고 나 또한 멀리 있어도 우리는 외롭지 않네 별들이 맑은 영혼으로 서로를 지켜주듯이 그대는 또 하나의 나이기에
윤수천 시인 /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 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
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 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감추어지고 깊이 묻힌다.
사람과 사람 사이 비로소 그윽해지는 것 서로에게 그 무엇이 되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그리하여 향기를 지니는 것
사랑은 침묵으로 성숙할 뿐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윤수천 시인 / 사랑을 위한 서시
나는 행복하다.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롭고 먼 이름 하나 있어 어두운 저녁마다 나를 지키는 별이 된다.
우리의 운명은 애초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예정되어 있는가 수천 광년을 달려가도 만나지 못하는 거리
외롭고 쓸쓸한 이름 하나 있어 고독한 저녁마다 나를 지키는 별이 된다.
네가 이 세상에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
윤수천 시인 / 산이 있는 풍경
산을 내려갈 때에는 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 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 고개도 숙여야 한다 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 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 산이 보여주려는 것 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 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 이것을 보여주려고 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 오라 오라 했나보다
윤수천 시인 / 상처
칼에 베이면 상처가 밖으로 남지만 사랑에 한 번 베이면 보이지 않는 상처가 가슴에 남는다.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상처를 지니고 가는 사람이다.
윤수천 시인 /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이왕이면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어 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를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이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고 살게나
세월이 지나고 인생이 허무해지면 그것도 다 노리개감이 된다네
윤수천 시인 / 슬픈 노래가 오히려 기쁨이 되는 강
사랑이 설움이라 할지라도 나는 비켜가고 싶지 않습니다. 설혹 한 생을 바치고도 눈짓 한 번 받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시퍼렇게 피멍 들어 바위가 되거나 빨갛게 타고 타서 숯검정이 된다 해도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은 오직 기쁨,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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