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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영민 시인 / 필라멘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2. 29.

고영민 시인 / 필라멘트

 

 

  어머니는 나를 낳기 전

  불덩이를 낳는 꿈을 꾸었다지

  밝고 뜨거운 기억

  온종일 되살아나는

  내, 내 속, 흔들면 필라멘트

  떨어진

 

  소리 들린다

  뱃속, 태아가 입안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고

  전원을 달게 빨고 있다

  붉게 달구어진 입

  꿀꺽거릴 때마다

  불, 불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 나갔다가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고영민 시인

1968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악어』(실천문학사, 2005)와 『공손한 손』(창비, 2009),『사슴공원에서』(창비, 2012)가 있음. 2004년 문예진흥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