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형 시인 / 오줌발
동신수산 화장실 중년의 한 남자가 옆에서 지퍼를 내리고 있다 머리로 연신 웅얼거리며 오장육부를 거품 물고 돌아다닌 그가 그를 싸버리고 있다 지금은 무엇을 물어봐도 긍정에 긍정을 더 할 그에게 두 다리를 더 벌려 꿋꿋해지길 원한다면 필름 끊겨 술상 뒤엎을 이 밤이 부정 탈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자세가 아니라 여전히 비우고 있는 변기의 자세였다 오줌발은 가늘고 자주 끊겨 끙끙거리며 힘을 주는 그에게 오줌 거품마저 살아온 거품으로 보였을까 시원스럽게 갈기고 다시 공손하게 손을 모아 돌아가고 싶었겠지만 좆도 못난 놈처럼 변기에 백기 투항하듯 찔끔찔끔 흘리고 있다 그는 이제 체념도 긍정의 일부라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끝까지 몇 방울의 오줌을 육중한 몸으로 털어낸다 덜 취한 내가 풀죽은 우리를 살려보겠다고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도록 오줌발을 세우고 싶었는데 고개가 들리지 않는 끼리끼리였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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