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용 시인 / 스코치 위스키
나의 원형질은 스코치 음산한 분위기로 구름을 말아먹고 저녁을 익혀야 제격이죠. 어둠도 살짝 발라먹으면 글래스고우의 해안에서는 새들이 몽환의 알을 낳고 날아가지요. 잿빛으로 채색한 강어귀 오크나무에서 연한 갈색이 배어 나와 당신의 심장이 무늬 져지면 나는 당신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릴 수 있나요. 사실 나의 영혼은 고원지대 호숫가를 찾아 떠돌았지요. 늦은 봄 기다리던 풀들이 발목처럼 자라고 성질 급한 나무들이 단풍이 들어도 나는 당신의 북쪽에서 붉게 취한 방을 언제나 그리워하지요. 나의 조상은 스코치 안개가 후광처럼 비추는 남자, 나는 한 손에 위스키 병을 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요. 오늘도 고도孤島의 남쪽으로 돌을 던지는 나는 프랑켄슈타인.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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