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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길옥 시인 / 소인IdII 외 1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 1.

이길옥 시인 / 소인IdII

 

 

내 눈이 너무 작은 탓일 게다

남의 것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내 시력이 너무 나쁜 탓일 게다

남의 것이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은

내 것은

다 작고

내 것이

다 볼품없고 밉상인 것은

욕심에 눈이 덮인 탓일 게다

내속이 너무 옹졸한 탓일 게다

남의 아려움은 안중에 없고

내 부족함만 끌어안고 궁색 떠는 것은

 

내게 닥치는 사소한 일이

남보다 크게 느껴지고

내가 겪는 하찮은 일도

남보다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도량 부족 탓일 게다

그릇이 작은 탓일 게다

 

 


 

 

이길옥 시인 / 슬픔을 깨물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는 말이

자식의 간암 선고에 심을 박을 때

 

가슴이 먹먹하고

앞이 캄캄해지는 청천벽력으로

맥 풀려 후들거리는 몸이

슬픔의 무게로 와르르 무너진다.

 

무너진 잔해에 섞인 슬픔을 주워들고

찢기는 복장에 고여 넘치는 피 울음으로

천지를 쥐어뜯어도

응어리진 속이 풀리지 않을 때

 

가슴 미어지는 아픔의 솥에서 고아진

끈끈한 눈물로 마음 적시며

지지리도 못난 자식의 병명이 데리고 온

슬픔의 무게에 짓눌린 울음덩어리를

어금니로 깨물고 있다.

 

억장 무너지는 서러움을

으드득 으깨고 있다.

 

 


 

 

이길옥 시인 / 슬픔의 각도

 

 

찬바람이 옷깃을 들추고 들어와

닭살 돋은 살갗에 추위를 꿴 바늘로

한 땀 한 땀 배고픔을 박음질한다.

아픔에 찔린 허기가

움찔움찔 몸서리칠 때마다 움츠러들던 가난이

겨울 삭정이 끝에 걸려 파르르 떨고

불기 바닥난 연탄재 구멍마다 박혀 사는 눈치가

냉기에 맥 풀린다.

얼음장 깔린 아랫목에서 궁색이 알을 품는다.

꿈이 냉동되고

희망이 결빙되고

기대마저 얼어버린 이 한파

기우는 경사각의 크기로 빨리지는 속도에 휩쓸린

슬픔의 발자국이 냉각되고 마는

해빙의 기미까지 먹어치운 소화력의 한랭전선에서

기력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서러운 가난을 일으켜

따뜻한 오기 후끈하게 불어넣고

빳빳하게 각을 세워줄 버팀목 어디 없을까

풀리지 않는 냉기의 회오리 복판에서

허기로 단련된 슬픔이 고개를 들고

서서히 수직으로 일어선다.

더는 당하기 싫은 자존심이 힘줄에 기를 박고

발목 잡힌 빈곤을 뒤집는 비지땀이 끈끈하다.

꺾었던 소망에 눌려 서럽게 흐느끼던 슬픔이

어깨뼈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 직각을 이룬다.

번쩍

빛 하나 배고픔에 꽂힌다.

 

 


 

 

이길옥 시인 / 슬픔의 무게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눈에

두려움의 빛

원망의 빛이 덩어리져 있다.

그 애잔함에 뭉클해진 가슴이

뜨거운 연민을 밀어낸다.

죽어야 할 죄목을 모른 채 끌려가는

소의 눈에 확대되는 공포의 빛이

가슴 섬뜩하게 날이 선다.

죽음 앞에서

억울함을 뭉쳐 앞무릎에 박고 버티자

지구의 중심이 끌려온다.

원망 덩어리가

휘 번득이는 눈에 불꽃을 튀고

타오르는 불꽃으로 데워진 눈물이 뜨겁다.

버티던 힘이 바닥나고

기력이 시들면서 균형을 놓친 발이

흘린 눈물을 밟기 시작한다.

천 근 발걸음에

슬픔으로 고아진 끈끈한 눈물이 달라붙어서 마른다.

바람 한 점 불어와

소의 등을 어루만지다 가고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생을 내려놓자

지축이 기우뚱 기운다.

 

 


 

 

이길옥 시인 / 시 쓰기

 

소위

장인匠人이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놓고 쓰는 말

 

    ‘하면 할수록 힘들고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

 

아리송한 말

이해 안 되는 세월로 갑년甲年을 훨씬 넘기고서야

겨우

그 말의 의미에 가 닿았다.

 

쉬운 게 어디 있을까만

깊이 빠져들수록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울화증으로 가득 찬

가슴앓이

뾰쪽한 통증을 전달받고서야

그 말의 내막을 더듬을 수 있었다.

 

시 쓰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제야 조금 알겠다.

 

 


 

 

이길옥 시인 / 시련의 뿌리

 

 

아궁이에 불씨가 자리를 비운 뒤

수시로 구들장을 드나들던 한기의 체온에

방안의 신경이 얼어 있다.

신경이 떨어뜨린 추위의 비늘이

온몸에 닭살로 달라붙어

오싹한 몸서리를 끌어낸다.

 

가난의 뼈가 살을 털어내며

앙상한 핏대만 세우고

살맛이 빠져나간 허술한 집안에다

메케한 곰팡이 냄새를 질펀하게 깔며

꼿꼿이 일어선다.

 

일어서는 오기에 살기가 묻어있다.

한사코 붙어다니는 가난의 명줄이

숨통을 조일 때마다

 

한기의 기세가 바늘 끝으로 아픔을 쑤시고

핏기 가신 얼굴에 피는 검버섯에

지친 하루의 피로가 자리 잡는다.

 

죽어라 기를 쓰고

온몸 으스러져라 육신 던져도

주린 배를 넘나드는 허기 다스리지 못함으로

산을 넘는 해 잡지 못해 진이 빠진다.

 

 


 

 

이길옥 시인 / 시의 둥지에서

 

 

복숭아밭에 가보셨나요?

보송보송한 피부에 부끄러움으로 살짝 물이 든

연분홍 수줍음을 보셨나요?

거기에 숨어 있는 시를 찾아보셨나요?

둥지를 틀어놓고 옹골지게 모여 있는 시들

보이는데 잡히지 않아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미치겠어요.

 

고물상에가 보셨나요?

찌그러지고 꺾인 자리마다 녹으로 고여 굳은

그들의 상처를 보셨나요?

상처의 딱지 밑에 슨 시의 알들이 웅성거리고 있어요.

그들을 데려다 부화시키지 못해 속이 터지려해요.

울화가 치밀어요.

 

시골 오일장에 가보셨나요?

커다란 무쇠 솥으로 인심을 푹푹 삶아내는 돼지머리 국밥집

모락김으로 세월을 계산하는 늙은 주모가

푸짐한 웃음 듬뿍 퍼 담아 주는 낮은 문턱이

신분 때려치우고 남녀 불문하고 받아주고 있어요.

국밥 한 그릇에 삶의 짭짤한 푸념을 말아놓고 휘휘 저으면

실타래처럼 감이어도는 시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수저로 듬뿍 떠 입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고 씹어도

쉽게 풀리지 않아 환장하겠어요.

한 줄 한 줄 꼬이고 얽혀 있어

부아가 국밥집 뜨거운 솥에 뛰어들어 부글부글 끓어요.

 

 


 

 

이길옥 시인 / 시인 지망생의 불안

 

 

어려운 시를 만난 마음 가난한 시인 지망생이

쩔쩔매고 있다.

 

고민이 심각하다.

 

유명 시인이 되고 싶은 조급증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시를 만난 탓이다.

 

쪽방을 얻어 든 시인 지망생

유명 시인들의 흉내로

아까운 젊음을 허비하느라 정신없다.

 

몸에 맞지 않는 허름한 누더기 걸친 후

몇 날을 방치한 수염에 묻은 먼지에서 신경 떼고

비듬 등쌀로 가려움에 몸을 비틀어 헝클어진 머리하며

땀내로 절은 몸으로

재활용품 궤짝에서 얻은 헌 구두 뒤축 밟아 기죽인 뒤

탈색되고 박음질에서 이탈한 실밥 나불거리는

50년대식 가죽 가방 엉덩이에 붙여야 시인이 되는 줄 아는

 

꽁초 주워 까 신문지에 말아 만든 권련

입 구석에 몰아붙이고

허름한 선술집 구석에 혼자 청승 부리며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밑바닥에 깔린 막걸리

텁텁한 맛의 옆에도 못 가면서

낭만이 어쩌고 해야 시인이 되는 줄 아는

 

가끔

장대비에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

젖은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헛소리를 해야

유명 시인이 되는 줄 아는 시인 지망생

 

뜻도 없는

무슨 내용인지도를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래서 글 쓴 사람도 뭘 썼는지 모르는 시 앞에

기가 죽고 있다.

 

이름깨나 날리는 유명 시인의 난해 시가

젊은 시인 지망생의 간을 건든 것이다.

 

오기로 날밤을 새며 짜 맞춘 구절의 행간에 끼어든 무능이

낱말 하나하나에 시비를 건다.

 

대체 내용이 뭐냐고

너무 어려워 글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문장들끼리 자리다툼 하는 것도 시냐고

제발 유명 시인들의 난해 시 흉내 그만두라고

 

유명 시인 혼자만의 뻔뻔한 넋두리 근처에도 못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시를 따라갈 수 없는 예감으로

시인 지망생은 불안하다.

 

 


 

 

이길옥 시인 / 시인만 좋아하는 시인

 

 

친한 친구가

시인 친구라면서 잘 사귀어보라고

내게 소개를 한다.

 

반갑다며 와락 내 손을 잡고 흔드는 그 시인

억센 악력에 주눅이 들고 있는데

대뜸 강인한 시인을 잘 아느냐고 묻는다.

모른다고 했다.

 

다시 팔이 출렁이도록 흔들더니

자기와 친하다면서

정일근 시인은 아느냐고 한다.

아니 모른다고 했다.

 

훌륭한 시인들을 친구로 둔 그 시인

참 좋겠다 싶어

‘대운동회의 만세 소리’라는 시를 아느냐고 물어봤다.

모른다고 한다.

 

이상하다 싶어

그럼 ‘야학 일기’라는 시는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도 모른다고 한다.

 

나이 차가 큰 시인을 친구로 둔 그 시인

대체 누구의 시냐고 물어본다.

‘대운동회의 만세 소리’는 강인한 시인의 시이고

‘야학 일기’는 정일근의 시라고 했다.

 

 


 

 

이길옥 시인 / 시인의 고통

 

 

내가

잃어버린 단어 하나를 찾아 헤매는 동안

뜨겁게 데워진 화가 서서히 분출을 서두르고 있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 이렇게 용암을 끓였을 것이다.

잃어버린 단어를 찾지 못하는 갑갑증에 옮겨 붙은 화가

이성을 잃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화상을 입을 것이다.

잘 못 덤볐다가는 치도곤을 당하여 코피 터질 것이다.

적당한 단어 하나 찾지 못하는 속 터짐이 이렇게

울화로 치밀어 뜨겁게 열불날 줄 미처 생각도 못한

무지함에는 약도 없다.

차라리 생각을 털어내고 팔베개로 누워

하늘을 뒤척이는 흰 구름에나 어울릴 것을

안 되는 일 억지 부리는 미련을 퉁퉁하게 몸 불려놓고

애 타고 속 태울 게 뭐람

진작 단어 찾는 일을 포기하였더라면

미치게 갑갑하고 터질 것 같은 울화에 부대끼지 않았을 것이다.

글 쓰는 것을 몰쌍하게 보고 무모하게 덤빈

함량 미달의 두뇌로 버티는 것이 가상하다.

연필을 꺾고 등 돌려 앉기를 수십 번 다 버렸다가도

결국 미련 챙겨 가슴 태우는 일에 목숨을 건다.

언젠가 잃어버렸던 단어가

반짝 빛날 때를 위하여

 

 


 

 

이길옥 시인 / 실제(失題)

 

 

-생각은 괴로움을 부르고

      괴로움은 술을 청한다.-

 

잔속에 빠져

흐물거리는 태양을 비우고

또 비우고

몇 날을 더 비우고

취하면

나도 태양이 된다.

 

마음의 온 신경이

시야를 벗어나고

 

다알리아 빛을 줍는

창 뒤

내 편력은 고독에 숨차다.

 

가꾸지도 않은

풀이 돋아

태양을 숨 쉬는 일.

 

오후의 철렁이는 피곤을 바르며

풍경에서

풀은 꽃이 되고

 

밝은 투시로

앞을 건너다보면

꽃과 태양이 함께 빠져든 잔에

온 우주가 어른거린다.

 

부여된 운명을 웃으며

비우는 잔.

 

아,

내 생활 전부가

잔에 빠진 태양에 탄다.

어느새 나도

태양이 된다.

 

 


 

 

이길옥 시인 / 아주 잠깐

 

 

불경에 겁(劫)이란 게 있는데 이는

천지개벽의 한 주기라 하는데

우리의 우둔한 머리로 계산이 안 되는

무한의 시간이라 하는데

 

또한 불경에 찰나(刹那)라는 게 있는데

지극히 짧은 그러니까

번쩍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 하는데

탄지(彈指)의 십 분의 일이라고도 하는데

탄지가 뭔지 모르겠고

수학적으로 10‐¹8의 시간이라는데

 

불경의 시간이 너무 어려워

턱을 괴고 혼돈에 바진 잠결에

겁이란 시간에 겁을 먹고

깜짝 놀라 눈 번쩍 뜨니

그게 찰나라 하는데

겁과 찰나가 따로 있지 않음을 깨닫고

내가 나를 찾는

아주 잠깐이

우리 인생이라 하는데

그 잠깐인 시간에 나는

어디에 뿌리 내려 꽃을 터뜨려야 하는지

 

 


 

 

이길옥 시인 / 아침

 

 

얼굴을 가리고

창에서부터 시작을 이끌어온

커다란 환희 속에 일렁이는 욕망의 손이

흠뻑 울고 간 눈자위의 눈물을 지우고 있을 때

 

옷고름 여미듯 하루의 부분을 챙겨든 채

서서히 성숙하는 네 연륜의 한 비탈에서 나는

사랑이 끓인 열만큼이나 붉게 물이 든다.

 

빗장을 풀고 시린 손을 움켜쥔

적어도 이 시간만은 만능의 씨로 부풀어 오르는

새로운 생명을 위하여 합장을 하여야 했다.

 

비록 어려움이 나를 감아 들지라도

바다가 태양을 뿜어내듯

미진한 것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슬픔도 괴로움도 던져버리고 일어서리라 너처럼

너 아침의 그 기력처럼.

 

햇살에 눈을 담고 창가에 나와 목숨을 움직이는

인종의 발부리에서 썰렁한 과거를 꺼내 들고

여력으로 하여 내일을 위한 연을 날리고 싶음이며

 

피곤한 눈길 밖에서 질서 없이 달려온 편력을

한 아름 불 지피고

낡은 의식의 실의에 찬 표정을 갈아 끼울

화신(花身) 하나 마련하여

나의 솔직한 염원을

아, 꿈으로 부푼 소망을 모아 부으면 그 깊이만큼

살아 움직이는 신앙의 손.

 

시련의 흐느적거리는 정박에서 몸을 이끌고

어둠을 떠나 숨찬 환희의 성(城)에 꽂을 깃

생애의 고달픈 작업으로 깃을 만들어내는

정성 위에 돋보이는 꿈을 위해

음모로 가득 찼던 어둠, 그 울창한 숲을 도벌해내고

저주를 향한 엽전적(葉錢的) 아픔의 칼을 갈며

지혜의 목청을 뽑아내는 팽팽한 사지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잡아맨다.

 

생선 비늘에서 비켜 나온 찬란한 색감.

욕망의 화환을 휘감아 피는 온정을

불러 손을 내밀고

꿈에 나들이 같은 마음으로 와락

정겨운 아침을 초대한다.

 

 


 

 

이길옥 시인 / 어둠의 의미

 

 

어둠이란

모든 색을 지우는 일이다.

 

해가 자진을 하고

서서히 하루를 거두어가면서

자신의 색을 버리는 일

 

해가 하루를 다 쓰고 나서

어둠을 끌어다

빛을 덮어주는 일

 

모두

하나로 섞는 일이다.

하나로 물들이는 일이다.

 

어둠으로 묶어

하나 되게 하는 성스러운 작업이다.

 

 


 

 

이길옥 시인 / 어떤 날은

 

 

어떤 날은

취하고 싶어진다.

 

이유도 없이

잔을 비우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울고 싶어진다.

 

향 짙은 백합송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생각하다가도

 

어떤 날은

한없이 걷고 싶어진다.

 

철철 넘쳐흐르는 빗속에서도

어느 바람 부는 날에도

홀로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날은

산에 오르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해변에 가고도 싶어진다.

 

가물거리는 물결 속에 뛰어들어

오래고 기긴 사연으로 멍이 든 바다에 마음을 내리고

그 사연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어떤 날은

연륜이 저며 간

신작로 가로수 곁에서

홀로 우울해지고 싶어진다.

 

또 어떤 날은

방구석 깊숙히 들어앉아

명상도 해보고 싶어진다.

 

떨어져 내리는 꽃잎에서

사랑을 느끼며

 

어떤 날은

진하게 사랑을 해보고도 싶어진다.

 

 


 

 

이길옥 시인 / 여인

 

 

수밀도를 아는가.

 

도원(桃園)에 들어

수줍은 볼에 드는

상기(上氣)를 눈여겨라.

 

푸른 잎에

몸 살짝 감추고

농익어 있는

그 자태를 취하라.

 

홀딱 반하게 고운 맵시

낭창한 허리에 감기는 농염

우리는 그것을

환장이라 한다.

 

살짝 든 홍조에

부끄러움을 숨기고

꿀물 드는 젖무덤으로 출렁이는

천도의 속살 같이 고운 피부를

우리는 성숙이라 한다.

 

오동통 뺨 고운

수밀도를 아는가.

 

 


 

 

이길옥 시인(필명: 돌샘)

1949년 전남 진도 출생. 광주교육대학(국어전공). 1973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 2006, 03 자유문예 시 부문 신인상. 교직 40년 퇴직(홍조근정훈장). 2007. 한국문학정신 광주 비엔날레 시화전 대상. 2008, 만다라 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08, 대한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 2009. 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09,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월간, 격월간, 계간 등 종합문예지 작품 다수 발표.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회원. 광주 시인협회 회원.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집 - 하늘에서 온 편지. ‘물도 운다’, ‘出漁’ 외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