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인 / 너는 아니다
너같이 영민하고 너같이 순수하고
너보다 가여운 너보다 좀 가여운
그런 여인이 있어 어덴가에 있어
네가 나를 만나게 되듯이 그를 내가 만난다 해도
그 여인은 너는 아니다
피천득 시인 / 너는 이제
너는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가난도 고독도 그 어떤 눈길도
너는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조그마한 안정을 얻기 위하여 견디어 온 모든 타협을.
고요히 누워서 네가 지금 가는 곳에는 너같이 순한 사람들과 이제는 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다 같이 잠들어 있다.
피천득 시인 / 노 젓는 소리
달밤에 들려오는 노 젓는 소리
만나러 가는 배인가 만나고 오는 배인가
느린 노 젓는 소리 만나고 오는 배겠지
피천득 시인 / 눈물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피천득 시인 / 단풍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피천득 시인 / 부활절에 드리는 기도
이 성스러운 부활절에 저희들의 믿음이 부활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그 마음이 살아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권력과 부정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정의와 사랑을 구현하는 그 힘을 저희에게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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