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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금시아 시인 / 달의 길을 내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5.

금시아 시인 / 달의 길을 내다

 

 

달빛 심장은 오작교에서 이식되었다

그녀가 당긴 화살의 지령은 시간의 신을 섬기는 일

길은 지름길 같은 긴 곡선으로 산등성이를 넘어간다

 

블랙홀은 달콤했다 방향은 맞잡은 손끝으로

암호처럼 엇갈렸을까

달뜬 심장을 이식한 눈 먼 여행자들은

새들이 휘어가며 찍어 놓은 지문을 읽지 못했다

등줄기 층층에 매복하고 있는 통증들

우물 속 그림자에게 입을 맞춘 미로는

두 심장을 암벽에 매달았다

 

날을 세운 발톱으로 달을 찢었다

꽃향기에 찔린 상처에는 굳은살이 박였다

말(言)들이 날뛰다 간 진흙탕에선 겹겹의 소문이 피었다

길모퉁이 구부러질 때마다

꾹꾹 박아 놓은 눈물엔 구름이 굳었다

 

뚝, 뚝, 동백꽃은 먼 봄을 뱉어내고

흰 심장은 슬몃슬몃 전쟁을 치르던 시간들을 내려놓는다

두드려 보고 또 두드려 보고,

그녀는 시간의 등고선을 정복했을까

 

모래능선을 박음질하며 뜬 눈으로 길을 내던 달의 지문,

파피루스의 비밀이 천천히 드러날수록 밤의 세상은

서쪽으로 기울어갔다

 

 


 

금시아 시인

1961년 광주에서 출생.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으로 『툭,의 녹취록』(시와표현, 2015)가 있음.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 제14회 춘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