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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개미 시인 / 파랑의 감각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5.

김개미 시인 / 파랑의 감각

 

 

파란색이 차갑다 생각하지 않아요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보고

차갑다 생각한 적 없어요

어려서 그렇게 배웠다고

커서도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은

내 생각이 아니죠

골목 깊은 곳의 파란 대문은

동네에서 제일 예쁜 파란색

파란 나라 파란 몸 스머프는

내가 제일 아끼는 파란색

파란색은 100가지도 1000가지도 넘어요

어떤 파란색은 꿈속에만 있고

어떤 파란색은 어떤 사람에게만 있고

어떤 파란색은 저녁에만 있어요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파란색도 있어요

얼마나 많은 파란색이 발견될지

누가 발견할지 나는 너무 궁금해요

물감 뚜껑을 닫는 순간

나와 당신의 파란색은

더 이상 같은 색이 아니죠

나는 내 마음속의 파란색을

당신은 당신 마음속의 파란색을 볼 뿐이죠

화가들은 자신만의 파란색을 가지려고

일평생 색깔 속으로 여행을 떠나죠

노랑에서도 빨강에서도 초록에서도

파란색을 가지고 나오죠

내게 파란색을 좋아하냐고 묻지 마세요

나는 어쩔 줄 모른답니다

 

 


 

김개미 시인

2005년 《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어이없는 놈』 『커다란 빵 생각』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그림책 『사자책』 『나의 숲』 『나랑 똑같은 아이』, 시그림집 『나와 친구들과 우리들의 비밀 이야기』를 냄.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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