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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과니 시인 / 검정비닐봉지와 밤비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9.

송과니 시인 / 검정비닐봉지와 밤비

홀몬전서 18장

 

 

이륙과 착륙 사이에 밥집이 있다는 말

지구는 빗물이듯 삼키곤 한다

그에 대신하여 검정비닐봉지는

입술의 시간으로 채운 자기를 뒤집어

제 안에 적힌 지구 쏟아내려 할 때

그 사이 그걸 눈치챘던 것인가

먹지 않는 일이 먹는 일인 먼지의

시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이륙했다

하지만 소문난 식탁의 세계로부터

그럼에도 착륙한 입술의 시간은 밥집

길로 그 골목길로 내달린다. 그때

어느 모퉁이 음식 쓰레기통 뚜껑에,

<길고양이는 길을 소유하지 않는다>

일기장이 담긴 검정비닐봉지를 먹다

버린 지구 덩어리다 하고 물려 놓고

한 고양이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

산발한 모습의, 밤비가 되어 쏟아진다.

 

시집『홀몬전서』2019. 시산맥

 

 


 

송과니 시인

2002년 《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을 통해 등단. 2015년 시집 『도무지』를 발표하며 다시 등단. 백제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2010년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으로 『밥섬』(2016)과 『내 지갑 속으로 이사 온 모티브』(2017)가 있음. 웹진 『시인광장』 부주간. 2015년 시집 발간과 함께 필명을 송과니로 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