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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현숙 시인 / 꽃 터진다, 도망가자!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9.

손현숙 시인 / 꽃 터진다, 도망가자!

 

 

대모산 비탈진 텃밭

산수유 꽃망울 터뜨렸다

잡초처럼 버려져 비비 꼬여있는 땅

넓어졌다, 갑자기

넓어보였다

 

땅은 알 수 없는 곳에서

산비탈 돌작밭까지 들썩, 들썩,

몸을 풀더니

 

밭을 간다

삽을 꽂아 흙을 뒤집어

고개 박아 옹이진 돌들,

겨울동안 켜켜로 쌓여, 얼어

딱딱해진 몸, 풀어 달래면서

땅을 갈아엎는다

 

밭고랑 사이로 햇살이 지나간다

봄비 오다, 말다,

두엄더미를 헤치다말고

다시, 봄이야,

기집애야, 내 흔들렸던 유년까지

꽃 터진다, 도망가자!

 

 


 

손현숙 시인

1959년 서울에서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예술 신학대학 문창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문학박사. 1999년 《현대시학》에 시 <꽃들은 죽으려고 피어난다>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너를 훔친다』(문학사상사, 2002)와 『손』(문학세계사, 2011)가 있음.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2002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