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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택 시인 / 이사
마당이 마음에 들어 십 년 넘게 살던 집 때가 되어 떠나게 되었답니다 마당은 물론 방도 두 칸이나 줄었으니 아끼던 살림살이 아낌없이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한 권, 한 권, 모았던 책만 수천 권 무더기로 묶어 버릴 때 평생 공부 쓰레기였구나 생각했지요 그래도 버리지 못한 물건 아직 많아서 이번 이사도 제 마음에 드는 건 아니랍니다 날마다 만나도 그리운 당신, 언제쯤이면 당신 집으로 영영 이사하기 위하여 가진 것 다 버리는 즐거움 알게 될까요
서종택 시인 / 구부러진 산
우리집 바로 앞에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쓸쓸한 날 오르려고 구부러진 산길도 만들었지요.
마음이 구부러지면 구부러진 산길 따라 걷는답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구부러졌기 때문에 걷는답니다.
펼 수 없는 것들 모두 모아서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구부러진 길 때문에 저절로 구부러진 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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