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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종택 시인 / 이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9.

서종택 시인 / 이사

 

 

마당이 마음에 들어

십 년 넘게 살던 집

때가 되어 떠나게 되었답니다

마당은 물론 방도 두 칸이나 줄었으니

아끼던 살림살이

아낌없이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한 권, 한 권, 모았던 책만 수천 권

무더기로 묶어 버릴 때

평생 공부 쓰레기였구나 생각했지요

그래도 버리지 못한 물건 아직 많아서

이번 이사도 제 마음에 드는 건 아니랍니다

날마다 만나도 그리운 당신,

언제쯤이면

당신 집으로 영영 이사하기 위하여

가진 것 다 버리는 즐거움

알게 될까요

 

 


 

 

서종택 시인 / 구부러진 산

 

 

우리집 바로 앞에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쓸쓸한 날 오르려고

구부러진 산길도 만들었지요.

 

마음이 구부러지면

구부러진 산길 따라 걷는답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구부러졌기 때문에 걷는답니다.

 

펼 수 없는 것들 모두 모아서

조그만 산을 하나 세웠답니다.

 

구부러진 길 때문에

저절로 구부러진 산이랍니다.

 

 


 

서종택 시인

1948년 경북 군위 출생. 경북대 사대 역사교육과를 졸업. 197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박목월시인에 의해 시 <호루라기>가 당선 되어 등단. 2000년 첫시집『 보물찾기 』(시와시학사) 펴냄. '신감각' 동인. 대구시인협회장, 대구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현재 영신중 교장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