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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성은주 시인 / 별이 있는 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9.

성은주 시인 / 별이 있는 밤*

 

 

  또 다른 출구를 찾아 삶을 연습한다

 

  눈에 감기는 푸른 길, 늙어가는 별의 그림자, 외롭게 늘어선다

  빛바랜 물감 안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손을 잡고 갔다

  아픈 새벽 여미고 시절의 고통 끌어안고 갔다

  무겁게 적셔진 종이에 죽음을 슬퍼하지 않기 위해 뜨거운 햇빛은 모두 건져냈다

  북구의 하얀 밤은 별의 건축만 이루어질 뿐이다

  유난히 부드럽게 이어가는 자리가 염치없다

 

  밤은 당신에게 무엇인가요 나의 애인은 지옥에서 방금 도착해

  별을 캐다가 밤을 자살도구로 삼았다

  집요하게 날 강요하면서

  덕분에 난 숨질 때까지 홀로 색채만 준비해야 하는지

  화폭 밖으로 튀어나온 불안은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별빛이 바다에 표류하면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는지

  신경쇠약이 본능이라고 설명해줘야 아는지

  순간적인 환영은 몽유일 뿐이라고

  오스고르더스트란드**를 더 이상 찾지 말아야 할지

 

  난 떠나야 겠다 충동이 아닌, 강렬한 빛이 있다면

  거친 호흡이 접히는 방향엔 항상 진동하는 별빛이 착란한다

  그림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역동적인 불안은 내 눈 안에서 움직이며

  안부를 전해주겠지

 

* starry night, 1893, 뭉크 그림

** 뭉크의 정신적 보금자리

 

 계간 『시와 문화』 2010년 봄호 발표

 

 


 

성은주 시인

1979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박사과정 재학 중.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