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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곽경효 시인 / 벚꽃, 지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3.

곽경효 시인 / 벚꽃, 지다

 

 

당신은 내게로 흐른다

먼 데서 온 새벽처럼 내 상처를 채우고

몸속 깊은 곳에서 강물이 된다

한낮의 햇살에 가슴을 덴 날

굳은 밤을 베고 잠 못 이루면

달빛은 물 위를 서늘히 건너가겠지

들숨 날숨 쉬는 동안 주름살도 파이겠지

물이 있던 자리에 가끔 마른 꽃잎이 떨어지고

나는 또 헛기침 몇 번 해보고

한사코 흐르는

가슴 한복판을 지나가는 당신

 

 


 

 

곽경효 시인 / 붉은 독

 

 

풋고추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메워서 눈물이 핑 돈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오래도록 내 혓바닥에 붙어 있다

가끔 넘어지고 부딪치며

가만가만 세상을 더듬어 간다

생의 굽이 돌아서다

한순간

뿌리까지 번지는 황홀한 몰락!

 

 


 

 

곽경효 시인 / 말의 입

 

 

1.

내가 쓴 말이 나를 지우기도 한다

가끔은 다시 쓰고 싶은 말도 있다

 

2.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 위를 차고 오르는 새 떼들

반짝! 햇살이 날개에 실려 날아간다

가벼운 몸의 언어들이 촘촘히 얽혀

아무런 수식이나 설명도 없이

높은 하늘을 아찔하게 흔들어 놓는다

나는 단숨에 한 무리의 문장을 읽는다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누가 저토록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을까

새들이 나를 끌고 간다

이제까지 한 번도 써 보지 못한

말의 입 속으로

 

 


 

곽경효 시인

전북 무주 출생. 2002년 『충남예술』신인상. 200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달의 정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