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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효 시인 / 벚꽃, 지다
당신은 내게로 흐른다 먼 데서 온 새벽처럼 내 상처를 채우고 몸속 깊은 곳에서 강물이 된다 한낮의 햇살에 가슴을 덴 날 굳은 밤을 베고 잠 못 이루면 달빛은 물 위를 서늘히 건너가겠지 들숨 날숨 쉬는 동안 주름살도 파이겠지 물이 있던 자리에 가끔 마른 꽃잎이 떨어지고 나는 또 헛기침 몇 번 해보고 한사코 흐르는 가슴 한복판을 지나가는 당신
곽경효 시인 / 붉은 독
풋고추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메워서 눈물이 핑 돈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오래도록 내 혓바닥에 붙어 있다 가끔 넘어지고 부딪치며 가만가만 세상을 더듬어 간다 생의 굽이 돌아서다 한순간 뿌리까지 번지는 황홀한 몰락!
곽경효 시인 / 말의 입
1. 내가 쓴 말이 나를 지우기도 한다 가끔은 다시 쓰고 싶은 말도 있다
2.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 위를 차고 오르는 새 떼들 반짝! 햇살이 날개에 실려 날아간다 가벼운 몸의 언어들이 촘촘히 얽혀 아무런 수식이나 설명도 없이 높은 하늘을 아찔하게 흔들어 놓는다 나는 단숨에 한 무리의 문장을 읽는다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누가 저토록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을까 새들이 나를 끌고 간다 이제까지 한 번도 써 보지 못한 말의 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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