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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민 시인 / 얼굴박물관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3.

조민 시인 / 얼굴박물관

-지하

 

 

바닥이 났다

긁어낼 내장도

벗겨낼 가죽도

없다 무한

리필의 얼굴이 필요하다

개 같은, 개면서

개가 아닌, 인두겁을 겹으로 쓴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인간 같은

칼을 가는

칼을 맞은

하룻밤도 안 남은

피 한 방울 안 남은

무심결에 놓치는

무작위로 뽑아 쓸 얼굴이 필요하다

나를 모르는

내가 모르는

한 번도 못 본

 

열 손가락에 열 개의 얼굴을 고깔콘처럼 끼우고 얼굴이 뒤를 돌아

본다 흘낏,

 

 


 

조민 시인

1965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 同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받음.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회화 가족 NO.1』(민음사, 2010), 『구멍만 남은 도넛』가 있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