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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 시인 / 봄
비가 오네. 힘내, 라고 쓴 응원을 보내주신 하느님
봄비, 라고 적어놓고 보니 안시인 생각이 납니다. 라고 쓴 문자를 보내주신 하느님
북한산 계곡에 올챙이가 태어났어요 라고 안부를 묻는 하느님
빗물처럼 흐르고 흘러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곳으로 가버리고 싶을 때 지나간 시간은 절로 모두 소중한 시간이 된다고 책을 보내주신 하느님
십자가 끌어안고 혼자 쩔쩔 맬 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라는 힘을 보태주신 하느님
목 놓아 울고 싶을 때마다 찾아오셔서 어루만져 주시더니 흡혈귀가 몰려온 밤 오! 하느님, 목숨을 애걸하는 한 여자에게 그런 거 없어! 흡혈귀 씩 웃으며 목 딸 때 하느님. 소풍 가셨나요?
하느님은 놀라워요 자고 나면 수많은 지옥과 천당을 만들어주시니
안명옥 시인 / 콩
어머니 키질하신다 덜 여문 나를 키질하신다
쉴 사이 없이 휘둘리는 바람에 숙성의 시간 충분하게 갖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나를 거두신 두터운 손 키질하는 대로 흔들리는 나. 알맹이 단단한 것들은 안으로안으로 남는데 가벼운 검불들, 쭉정이들, 껍데기들 덜 익은 알갱이들 바깥으로바깥으로 밀려난다
밀려나 한동안 저희끼리 몰려다니다가 제풀에 떨어져 나가고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다가 들러리가 되어 주다가 멋대로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까불거린다
어떤 나는 묵정밭에 떨어지고 어떤 나는 바위 위에 떨어지고 어떤 나는 가시 떨기 속에 떨어지고 어떤 나는 비옥한 땅에 떨어진다
대접받고 살려면 알곡이 되어야지 바닥에 떨어진 쭉정이들 어머니, 쓰레받기에 담아 불 아궁이에 넣는다
덜 여문 나는 아직 콩콩 튀면서 키질 안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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