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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소은 시인 / 비켜주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5.

양소은 시인 / 비켜주다

 

 

 소나무로 만든 산책 같은 말,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비켜주다를 걷는다

 

마주 선 차 한 대, 길 좀 비켜주세요. 했더니 창문을 열고 목소리를 치켜세운다 미안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니 죄송합니다. 하라고 한다

볼록거울이 풍경을 끌어당긴다 추월 금지보다 다급한 붉은 후미등을 본다

 

 웅덩이에 붙들려 있는 허공, 오랫동안 기다리던 비켜주다에 빠지고 의자에 앉아 가로지르는 시간을 닦는다

 

 내가 본 것은 발의 감정이다 대부분 말에게 거리를 느낀다 눈동자를 어디에 두어야 하나 비켜달라는 네가 나의 눈길을 허물어버린다

 

 한 치 발등 앞도 보이지 않는, 앞만 보고 걷는 마음을, 버티고 선 네게 비켜주다의 비상등을 켜고 무거운 손을 내민다

 

 누구나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엇갈리는 속도에 색이 변하는, ‘비켜주다’ 라는 거리의 산문(散文), 혹은 군더더기 같은 발소리 따라 머릿속은 숲길로 비어가고

 

 나뭇잎을 뜯어다가 우체통에 넣어요 나를 크리넥스 통에 넣어요

 

 


 

양소은 시인(본명: 양영숙)

2013년 《시와소금》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노랑부리물떼새가 지구 밖으로 난다』가 있음. 시와소금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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