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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여성민 시인 / 브라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5.

여성민 시인 / 브라운

 

 

무언가 일렁였는데

아름답고 빛

 

네가 알 수 없는 말을 해서 알 수 없는 화가 난다

너는 꽃과 마리아와 요셉에 대해서 가늘게

 

술과 마리아 요셉과 푸른빛

 

알 수 없는 말들이 섞여서 나는 돌아눕는다 우리는 판자 위에 누워 있고

 

판자를 만지는 기분

 

꽃과 페인트 이렇게 말해놓고 나면 무언가 결정된 것 같다

요셉과 판자 이렇게 말하면 빛이 압축된다 꽃은 요셉을 잊지 못 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슬픔

 

무엇인가 밀려 왔고 무엇 때문엔가 우리는 울었는데 저녁과 마리아와 요셉

발생하는 말들

하나의 판자를 만진 손으로 다른 판자를 만질 때

 

말하자면 나는 딱딱한 목재

너무 아름다워서 눕혀 놓는 것

 

저것은 뭘까 일렁이는 것이 있는데

 

꽃과 페인트 비와 브라운

 

그런 말들이 섞여 어지럽고

돌아누워 브라운, 하고 말했다 가늘게

 

브라운, 하고 말하면 방금 기도를 드린 것 같고

 

판자를 만졌던 기분

 

 


 

 

여성민 시인 / 미자의 기분 같은 일

 

 

줄거리라고는 국수 줄거리뿐이라서 당신들은 나를 나무라겠지만

 

국수집 아저씨는 오늘도 국수를 뽑네

 

나는 국수를 좋아해서 하루에도 두 번 국수를 먹으러 가고 국수를 기다리며 누워 있는 일은 옥수수 같은 일 샴푸 같은 일

 

세상에 하나뿐인 국수집 마당에는 하나뿐인 조랑말과 하나뿐인 유리병나무

 

눈을 뜨면 국수집 아저씨 국수를 먹고 있네 나는 조랑말과 자고

 

조랑말은 조랑말이어서 기린처럼 잠을 자지는 않지 기린은 삼 초 동안 잠을 자고 일 초 동안 기린의 기분을 유지하고

 

작은 유리병나무였다는 나무는 계속 자라 국수집 지붕을 덮는다

 

유리병나무 안으로 어디선가 불빛이 찾아들면 밤이 온다 환한 유리병나무 아래서 국수를 뽑네 당신들은 나무라겠지만 슬프고 아름다워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네 눈을 뜨면

 

나는 네 뼈를 사랑한단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흰 국수를 보면 알지 슬픈 얼굴로 국수집 아저씨 국수를 말고 있네 미자 같은 일 미자의 기분 같은 일

 

국수를 좋아해서 나는 내 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국수를 먹고 조랑말은 조랑말이라서 아름다운 줄거리를 모르고

 

기린은 삼 초 동안 잠을 자고 일 초 동안 기분을 유지하네

 

당신들은 나를 나무라네

 

 


 

여성민 시인

충남 서천에서 출생. 안양대학교 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에로틱한 찰리』(문학동네, 2015)와 구약 내러티브를 해석한 책 『돋보기로 보는 룻기』와 『꼭꼭 씹어 먹는 사사기』가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