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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아 시인 / 긴요한 골목
벽과 벽, 좁은 길 틈 사이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가래가 들끓는 쇠기침 소리는 안개 낀 골목의 후렴구다 전신주 외줄을 타며 율(律)을 맞추는 이 변주곡은 폭설 뒤 고요처럼 아랫목에서 절정을 이룬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의식이 혼미해질 때쯤 골목의 계절은 열린다
키 낮은 작은 지붕들이 한숨을 짙게 내려놓는 밤 크레인 난간에서 고공낙하의 비행을 꿈꾸는 당신의 울분은 푸른 목청 앞에서 빈번히 무너졌다 수없이 꿇었던 무릎들과 마주하는 설움은 구겨진 고지서 뭉치로 귀를 틀어막았다
골목의 수피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결핍의 화음(和音)들 벗겨진 페인트 껍질이 쇠문에 바짝 붙어 찬바람에 너덜거렸다 결이 고운 눈물의 길을 따라 연대하며 걸어 오르면 깨진 가로등 불빛도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습한 이끼들의 무표정은 전염성이 강해 타이록신캡슐 한 알 욱신거리는 골목의 뼈마디에 털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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