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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지혜 시인 / 저녁에 오는 사물들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7.

한지혜 시인 / 저녁에 오는 사물들

 

 

오른팔의 어둠이 오고 왼팔의 빛은

 

택시를 타고 갔어

 

이후 반복되는 망각의 경험들

유리 썬팅필름

가운데 식탁으로 모이기 시작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이 접히는 세계

척추로 미끄러지다 부서지는 소소한 기척을

피로 봉합하기

 

오믈렛으로 시작하는 순환

 

우연에 맘을 기울였던

관계

 

아직 지킬 수 없는 나이프와의 약속

복도를 지나 롤빵의 계단을 자꾸 내려가 차가운 문 뒤 쪼그리고 앉은 구석,

 

경계

 

트라우마의 신호마다 포개지는 기이한 감각

빛 속에 녹은 얼룩

허브티

다른 허무로 태어나려 충동이 출몰해

 

충돌

 

충만을 알지 못해서

증거물과 흔적들을 꺼내 아스파라거스처럼 펼쳐놓아

얼굴 불안한 표정

 

거짓말이라고 말을 해

 

레코드 조각을 조합해

가슴으로 돌아와

화이트 성좌로 나타나 와인처럼 흩뿌려지게

음악이 나직이 지나가게

 

 


 

한지혜(韓智慧) 시인

대청도에서 출생. 1980~1987 월간 《신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마음에 내리는 꽃비 』(한누리미디어, 1998)와 『차와 달의사랑노래』(소리들, 2005),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