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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옥 시인 / 가을 들녘에 서서
엷어진 하오의 햇살 가만 가만 바람 뒤에 숨고 억새는 은빛 꿈 머리에 이고 도래질 하며 일어 선다 새들 날아간 자리에 벌레들은 고성방가 하고 행렬로 내려서는 낙엽들은 무슨 사연 많길래 불그락 푸르락 바르르 떨고 있나
익숙한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옛 주인에게 자리 내주려 엇갈림 속에 고슴도치인양 솟는 생각들 질펀히 젖는다 세상 만물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해 때 되면 훌훌 털고 말없이 일어서는데 나는 가을 들녘에 서서 마음만 조리고 있구나
한창옥 시인 / 세균
주위 눈치를 살피던 한 남자가 농을 건넨다 두 여자가 날 파리 잡아채듯 냉큼 받는다 철판위에 호떡처럼 납작해진 모습이 장난스럽다 남자는 두 팔 걷어 부치며 힘이 솟고 오뉴월 초저녁도 넋이 나가 발그레 상기되어 있다 온전해 보이던 남자 인격에 단추가 떨어져나가고 지퍼가 내려지고 시꺼멓게 때가 낀 사지가 보인다 단추는 너무 많고 지퍼는 너무 길다 풀지 못한 갈증은 감당 못할 폐기물이 된다 제어 되지 않는 말들이 바람을 타고 진화 하자 옆에서 어슬렁이던 누런 개가 지지직 소리를 낸다 안간 힘을 쓰며 이리저리 클릭해 보는 눈빛의 끈적임 길이 들어 자르르 때 절은 상습적인 말투 복지경 쓰레기더미 옆을 지날 때의 메스꺼움이다 빈 머릿속을 배팅 당하는 여자들 끝내 말이 아닌 말은 박테리아균으로 번식하고 있었다 하품을 하다 자리를 뜨는 세 번째 여자에게 항체가 강하다고, 남자는 비아냥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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