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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네잎 시인 / 거짓말, 혹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

김네잎 시인 / 거짓말, 혹은

 

 

숲을 전개해 나간다*

 

바람의 빽빽한 오해 속에서

우리는 오늘 연한 녹색이고 싶어

 

서로에게 묶인 연리지를 풀고

각자의 이몽異夢을 탕진하며

 

갈림길에서 당신은 산란한 알을 쥐어주듯

예감 하나를 건네주는데

 

나는 일부러 못 들은 척

뜻은 날려 보내고 소리만 품는다

 

왼발 오른발 경쾌한 리듬 속에

수많은 우리들이 증발하고

 

너무나 가벼워 날개가 빠져나올 것 같다

요정의 기분이란 이런 걸까

 

다리를 휘감는 화사에도 놀라지 않고

검붉은 산딸기가 은밀하게 농담해도 유쾌해진다

 

왼발 오른발 목적지에 다다른다

품었던 소리를 확인하는데

 

깨져있다, 흘러내리는 건

곯아터진 거짓말이 아니라 내 자신

 

숲이 완성된다

 

* 이수명의 시에서 차용.

 

 


 

 

김네잎 시인 / 블랙스완

 

 

객석에 앉아 내가 보고 있는 건

어쩌면 내 발끝

 

얘야, 무릎을 구부려라

누가 두 번째 백조인지 질문하지 마렴

감촉과 촉감처럼 어감의 차이를 알려 하지 말고

최후의 나머지로만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마라

 

생생한

 

마주르카 춤곡과

네거리에서 멈추지 않던 질주와

서늘했던 아스팔트의 고집이

내 발목을 친친 휘감는데

엄습하는 환상통, 마치 발가락이 있는 것처럼

 

무희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탄성

고요한 도약

 

나는 여전히 꿈속에서 발레화를 벗지 못하는데

 

내가 산 꽃다발을 내가 안고

빈 발끝을 세워본다

무대 위 너처럼

 

 


  

김네잎 시인

2016 《영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방송통신대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새김 동인. <부평사람들> 취재기자. 공저시집 『한 치 혹은 반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