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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광임 시인 / 달팽이 간다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3.

최광임 시인 / 달팽이 간다

 

 

달팽이 개수대를 기어 오른다

제 살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이 저 달팽이 뿐이랴만

언제 이 사막을 건널 것인가

연유를 묻지 않아도 여기, 지금 이곳

응, 나야 하고 말 걸어 볼 사람 하나 없는 건기의 도시

때때로 절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

그곳엔 바람을 되새김질하는 감자꽃과

해질녘 주인이 전지한 넝쿨에 참외꽃 피겠지만

겹겹의 바람을 쟁이는 치마상추 잎 그늘에

깃들고 싶었을 달팽이를 안다

오늘도 도시는 번화하고 바람이 불었다

모두들 촛불 켜들고 광장으로 나갈 때에도

달팽이 건기의 도시를 횡단하며

자정 가깝도록 서걱서걱 초인종을 눌렀다, 그때마다

내 몸에서는 한 움큼씩 초록물이 빠져나가지만

사막에서도 한 평생 살아내는 몇 종의 동물과 식물처럼

목메어 기다 가다 거기, 어디쯤

스쳐갔을 상추 잎에 스민 바람과 그늘 찾아

 

 


 

 

최광임 시인

1967년 전북 부안 변산에서 출생. 대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도요새 요리』가 있음.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현재 반년간『디카시』 편집위원, 계간『시와 경계』부주간. TJB FM 《해피투게더》금요 게스트-<최광임 시인과 함께 하는 감성놀이? 공감놀이-길 위에서 만나다>. 계간<시와 경제> 부주간. 창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