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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 / 달팽이 간다
달팽이 개수대를 기어 오른다 제 살 곳에 살지 못하는 것이 저 달팽이 뿐이랴만 언제 이 사막을 건널 것인가 연유를 묻지 않아도 여기, 지금 이곳 응, 나야 하고 말 걸어 볼 사람 하나 없는 건기의 도시 때때로 절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직도 그곳엔 바람을 되새김질하는 감자꽃과 해질녘 주인이 전지한 넝쿨에 참외꽃 피겠지만 겹겹의 바람을 쟁이는 치마상추 잎 그늘에 깃들고 싶었을 달팽이를 안다 오늘도 도시는 번화하고 바람이 불었다 모두들 촛불 켜들고 광장으로 나갈 때에도 달팽이 건기의 도시를 횡단하며 자정 가깝도록 서걱서걱 초인종을 눌렀다, 그때마다 내 몸에서는 한 움큼씩 초록물이 빠져나가지만 사막에서도 한 평생 살아내는 몇 종의 동물과 식물처럼 목메어 기다 가다 거기, 어디쯤 스쳐갔을 상추 잎에 스민 바람과 그늘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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