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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시인 / 숲과 강물 사이
숲과 강물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요즘에야 눈치챘습니다 나란히 어울려 잇으면서도 무심한 듯 마음결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쩐지 뜨겁던 지난 여름날엔 강물이 숲에게 바람을 일으켜 주고 지쳐가는 오후 햇살에는 숲이 강물에게 그림자를 들여놓더라니요
잠자리 떼가 이따금씩 몰려와 산란 비행을 하는 무렵이면 숲은 머리맡에 붉은 계절 옷 개켜두고 조용히 제 몸을 던져 강물에 녹아듭니다 강물 또 한 말없이 푸른 정을 끌어안고 얕은 물살을 뒤척입니다
저리 별스럽잖게 보여도 둘은 열렬한 사이였나 봅니다
정혜선 시인 / 철새
강물이 서서히 몸을 씻는다 반짝이는 햇살, 조각비누 만지작거리며 꽃소식 올라오자 제 무리들은 벌써 떠났는데 청둥오리 서너 쌍이 여운으로 남았다
무슨 곡절일까
다, 모두 다 떠나도 남겨지는 수가 있다
문득 둘레를 짚어본다 어느 결에 나도 떠나지 못해 남아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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