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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열 시인 / 가만히 몸 기울이면
아침 출근길에 앞마당 잔디를 살금 밟으면 누군가가 밤새 둥글게 빚어 놓은 이슬 뽀드득 깨지는 소리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만다 아직도 귀가 열려 있었구나 다행이다 손끝이 아리아리한 날 바람이 만져지는 날이 있다 빠르고 민첩한 놈들과 느긋하고 따스한 바람이 내 곁을 지나갈 때 눈 속에도 마음에도 길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늘 곁에 있는 것 무심한 것들 느끼고 만지는 게 나의 행복이었던가 이렇게 가만히 귀 기울이면 모두가 시인인 걸 사람들은 세상 그 경계 밖에서 그저 가만히 몸 수긜면 되는 걸
김근열 시인 / 그래도 당신을
지금은 그래도 당신을 그리우는 시간 바닷가 모래 위에 당신의 이름 석자를 남몰래 새겨놓고 그래도 당신의 그 사랑을 그립니다. 해 저문 바닷가에 이렇게 앉아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저 물결 속에 그래도 당신의 그 눈매를 그립니다. 저 만큼 날으는 갈매기 날개 위에 못잊을 사연 내 마음 실어 날려 보냈으면 지금은 그래도 당신의 그 가느다란 손짓이 보이고 가슴으로 이렇게 이 바닷가에서 그래도 당신을 부릅니다. 이름마저 가져가버린 당신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김근열 시인 / 절창
도화지에 빗금을 치는 연필 소리처럼 비가 내립니다 때로는 장중하게 때로는 부슬부슬 힘차고 세밀한 붓 처치를 하듯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나무 이파리에 너불너불 수채화를 그려 갑니다 백주에 호젓이 혼자 보는 문밖에 펼쳐진 풍경화 참으로 칠월의 신록은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언제나 절창입니다
김근열 시인 / 발레리나
발끝을 곧추세워 외발로 턴을 하듯 빙그르르 순풍에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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