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 시인 / 척
척이 걸어가네
턱은 약간 위로 시선은 아래 사선으로 등 어깨 목을 최대한 곧추세운 척들은 하나같이 독일 병정이 되네
힘센 투명 줄을 잡은 척과 척의 비밀 쉬 쉬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여덟이 되고
척을 가르면 쏟아지는 표정들 사랑인 척, 아닌 척, 궁금한 척, 놀라운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척 , 척들
척이 마을을 이루네
척이 척을 갉아먹네 아이가 부모를, 부모가 아이를 남자가 여자를 , 여자가 남자를 사람이 사람을 갉아먹네
깁스를 한 척들이 아슬아슬 걷네
다물지 못하는 입들이 뭉게구름이네
유진 시인 / 편견
바다를 읽었다 빛과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결, 빛깔, 소리 저 다변의 감정들을 넓고 푸른 바다라 단정한 당신은 누구였지?
잘못 읽힌 바다, 깨지고 부서진 기억의 조각들 둥둥 떠다니는 바다를 너 혹은 나라고 읽어도 될까 보고 봐도 모를 듣고 들어도 모를
나를 잘라낸다 귀를 자르고 눈과 입을 자르고 몸통부터 다시 퍼즐 한다
옅은 물자락 당신, 너울 파도 당신, 해일로 치솟은 산을 일시에 뭉개고 다만 넓고 푸른 바다라 일축하는 당신을
믿음이라고 불러도 될까?
유진 시인 / 싸락눈 내려
내 자란 집 근처 부산문화회관 무대 조명 꺼지고 객석엔 꼬리 잘린 박수 소리 치열과 격정 한 송이씩 나눠 든 관객들 떠나고 아쉬움과 허탈을 챙겨 넣은 악기 서둘러 분장실을 나서는데 예보 없던 눈이 내린다
어디쯤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내 어린 날 꽃동산엔 빌딩숲이 자라고 떠난 이들 그리워 싸락눈 내리는데 옛 그림자 자욱한 고향은 마음에만 지닐 일
희끗한 머리에 싸락싸락 꽃눈송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애숙 시인 / 북극성 외 4편 (0) | 2021.08.05 |
|---|---|
| 문정 시인 / 떠도는 고향 외 3편 (0) | 2021.08.05 |
| 나고음 시인 / 섬 외 4편 (0) | 2021.08.05 |
| 김근열 시인 / 가만히 몸 기울이면 외 3편 (0) | 2021.08.05 |
| 이환 시인 / 바퀴를 위하여 외 4편 (0) | 2021.08.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