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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현주 시인 / 우주에 벗어놓은 이름은 집시였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6.

오현주 시인 / 우주에 벗어놓은 이름은 집시였다

 

 

극과 극에 이끌리는 떠돌이의 눈

어둠의 살갗 간질이는 깃털

체위 바꾸며 출렁이는 파노라마

춤추는 커다란 새

밤을 화장하는 바디페인팅

새벽을 여는 성자聖子

벨벳 날개 펄럭이는 여신

 

홀로 깨어난 장막帳幕에서

너를 불러내는 첫음절

오로라, 내 황홀한 사랑아!

 

 


 

 

오현주 시인 / 사냥

 

 

저마다 목구멍에서 묵직한 닻이 흔들린다

그 목, 전부 내걸고 질주할 때

절박한 눈동자는 비명 외각으로 떨어진다

 

소인消印된 육체와 관계한 생명을 해명하듯

유골의 잔뼈를 습득물로 거둔 생기로운 자연

그 영역을 거스르는 것은 살육 뿐

 

안개가 눈썹을 갖지 않는 일처럼

뼛조각이 안개같이 족적 없이 떠나갈 때

우리는 서로의 뱃속으로 들어가

눈 뜨는 죽음 먹어치웠고

그것을 생의 환승이라고 불렀다

 

푸줏간 사내는 칼날 이용해 살코기를 발라

정밀하게 해체하지만 엄밀하게 그는

사냥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실마리처럼 끼어든 도축업자도 마찬가지

 

세상에는 사체뿐인 사냥터가 있다

과욕과 총성만이 난무하여 순수를 잃고

악몽을 탁본한 배후에서

죽음의 왕을 모시고 살다가 죽는 곳

 

나는 알고도 모른 체

오늘도 피를 흘리고 있다, 살아있다

몇 번의 오발탄을 맞고도

 

 


 

오현주 시인 & 칼럼리스트

월간문학공간 시부분 등단. 선진문학작가협회 회원. 선진문학 소록도 시화전 출품. 전남방송 문화사회부 3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