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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백겸 시인 / 내 안의 달과 태양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6.

김백겸 시인 / 내 안의 달과 태양

 

 

  내안의 달이 수은 꽃처럼 피어올라 어둠속에 빛을 뿌렸다. 나는 기쁨의 배꼽에서 자란 느티나무가 하늘을 가리는 무성함을 보았다. 지혜로운 달이 갈고리 모양으로 무한시간의 긴 절벽을 기어올랐다. 달의 푸른 빛이 더욱 새파래지면서 청동거울이 되어 내 몸을 벗어난 심혼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나는 호흡을 멈추고 긴 침묵이 만드는 심연의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무의식의 대지에서 용암이 꿈틀거리는 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바다의 중심이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 리듬이 파도처럼 내 몸을 지나가 먼 세상의 해안으로 갔다. 지각의 껍질을 뚫고 나오려는 불의 고통이 상상의 힘으로 변했다.

 

  내안의 태양이 황금 꽃처럼 피어올라 바깥세상을 개기일식이 내린 어둠으로 만들었다. 검은 바위와 나무에서 나온 침묵의 불꽃들이 흰 나비처럼 날개를 달고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내안의 태양 빛으로 본 측백나무가 후광이 있는 성인의 초상처럼 오로라 빛을 뿜었다.

 

  내 마음은 현실과 상상의 이중노출사진이었다. 피사체의 抽象이 만드는 선들이 붙타는 채찍처럼 허공에 새로운 길의 지도를 그려냈다. '현자의 돌' 사이로 흘러내리는 생명의 샘물과 시간의 계곡에서 떠내려 오는 복사꽃을 내가 잠깐 보았던가? 내안의 불꽃이 그린 '몽유도원도'가 현실세계였다.

 

 


 

김백겸(金伯謙) 시인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데뷔했다. 대학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면서부터 문필활동도 시작.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다가 1970년 초반 군사 정권에 대한 유신반대 데모에 휩쓸리는 등 불안정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세상에 대한 자유로운 인식을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시집으로『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북소리』,『비밀정원』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시적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라는 광원』,『기호의 고고학』 등이 있다. 2005년 시집 『비밀방』이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그 밖에 〈대전시인협회상〉, 〈제1회 충남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현재 웹진 《시인광장》과 《시와표현》의 주간을 맡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근무. 대전시인협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