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겸 시인 / 내 안의 달과 태양
내안의 달이 수은 꽃처럼 피어올라 어둠속에 빛을 뿌렸다. 나는 기쁨의 배꼽에서 자란 느티나무가 하늘을 가리는 무성함을 보았다. 지혜로운 달이 갈고리 모양으로 무한시간의 긴 절벽을 기어올랐다. 달의 푸른 빛이 더욱 새파래지면서 청동거울이 되어 내 몸을 벗어난 심혼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나는 호흡을 멈추고 긴 침묵이 만드는 심연의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무의식의 대지에서 용암이 꿈틀거리는 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바다의 중심이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 리듬이 파도처럼 내 몸을 지나가 먼 세상의 해안으로 갔다. 지각의 껍질을 뚫고 나오려는 불의 고통이 상상의 힘으로 변했다.
내안의 태양이 황금 꽃처럼 피어올라 바깥세상을 개기일식이 내린 어둠으로 만들었다. 검은 바위와 나무에서 나온 침묵의 불꽃들이 흰 나비처럼 날개를 달고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내안의 태양 빛으로 본 측백나무가 후광이 있는 성인의 초상처럼 오로라 빛을 뿜었다.
내 마음은 현실과 상상의 이중노출사진이었다. 피사체의 抽象이 만드는 선들이 붙타는 채찍처럼 허공에 새로운 길의 지도를 그려냈다. '현자의 돌' 사이로 흘러내리는 생명의 샘물과 시간의 계곡에서 떠내려 오는 복사꽃을 내가 잠깐 보았던가? 내안의 불꽃이 그린 '몽유도원도'가 현실세계였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진용 시인 / 나무 시인 외 3편 (0) | 2021.08.06 |
|---|---|
| 함기석 시인 / 고유한 방화범 외 2편 (0) | 2021.08.06 |
| 박소란 시인 / 용산을 추억함 외 1편 (0) | 2021.08.06 |
| 김경후 시인 / 제라늄 외 2편 (0) | 2021.08.06 |
| 위상진 시인 / 끊기지 않는 탯줄 외 3편 (0) | 2021.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