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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시인 / 제라늄
소식 없이 수식만 늘었습니다
불 꺼진 상점가 네가 가리켰던 너무 많은 꽃들 제라늄이야
저것도? 아니 저건 아니지
씨앗을 심었지만 붉은 꽃잎 한 장 없이 죽었습니다
바람도 없는 거리 가로등 켰다 껐다 켰다 껐다
나는 방향 없이 달리는 속도를 높입니다
너 지금 어디야? 잘 모르겠어 아 죄송합니다, 전화를 잘못 걸었군요
흑두루미들 흘러가는 밤
소식 없이 수신 없이
내가 가리키는 검은 어둠 사라지는 것들의 방향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밤
김경후 시인 / 사각지대
있습니까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습니다 있었습니까
빗자루 끝으로 귀퉁이 먼지 끌어낸다 햇빛 멈추는 순간 먼지들 빗자루 성단 별가루처럼 떠오른다
창밖 자두나무 꽃피기 전 몇 개의 하루가 있었을까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습니까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습니까 보이지 않습니다
한밤 어둠 속 끼이익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검은 하루가 고양이처럼 지나간다 오늘의 냄새
김경후 시인 / 잉어가죽구두
너덜대는 붉은 가슴지느러미 수억 년 동안 끝나지 않는 오늘이란 비늘 떨어뜨리는 노을 아래 기우뚱 여자는 한쪽 발을 벗은 채 깨진 보도블록 틈에 박힌 구두굽을 잡고 쪼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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