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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옥 시인 / 관계
수제비가 끓고 있다. 호박부침개 속으로 한낮이 지나간다. 델리카한스 팥빵을 산다. 복숭아 껍질을 벗긴다. 구월의 무더위를 벗긴다. 아직도 숨 쉬는 기억들 참, 모르겠다. 박하사탕 화하게 데굴데굴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
한창옥 시인 / 가족사진
장독대 앞 화단은 사진관이었지
코스모스 꽃에 얼굴을 대면 코스모스가 되고 봉숭아꽃 옆에 쪼그리고 앉은 누렁이는 덩달아 봉숭아꽃이 되지, 사진기 든 어머니도 곱디곱게 꽃물이 들었던 거야
함박눈 소복하게 얹힌 호빵 같은 항아리 하나씩 끌어안고 난리법석 대던 어느 겨울날, 장독 깬다고 안절부절 못하던 어머니, 생각하면 돌마리에서 제일 고왔던 신식어머니였지
뒤뜰에 무성한 뽕나뭇잎은 사과궤짝 올려 만든 삼층집 토끼들의 밥이 되었어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는 간따꾸 입은 내 키와 똑같았지 뭐야,
봄볕이 좋은날 부엌에 나오지 않던 어머닌 동생을 낳으신 거야, 봄 내내 우리 집엔 어머니 냄새가 진동을 했어, 동생이 먹는 젖 냄새였지,
밑 터진 털실 뜨게 바지 사이로 뽀얀 불알이 야들야들 내뵈는 세 살배기 막내 동생, 막대 아이스케이크를 핥으며 가족대열에 섰던 그 애가 제일 그리워지는 요즈음.
한창옥 시인 / 삼각관계
" 아이쿠 내 아들 시원컷다" 방고래 빠지게 뀌어댄 방귀소리에 신바람 난 엄니
( 아내는 코 막고 돌아앉겠지 )
지지미판에 삼겹살 쏴~아 탁주를 휘휘 져가며 야밤을 뒤집는다
"함부로 네 아부지 옆에 묻지 말레이? 죽어서도 옆에 있고 싶지 않다 안하나"
밤알만한 쪽머리 엄니 틀니도 굽은 등도 천하일색 연인이다 월급봉투 받은 날이면 일초라도 빨리 아내 몰래 우체국으로 달리던 시절 고향에서 받으시는 러브레터 전신환
( 아내와 삼각관계다 )
"내 아들 월급은 내끼다" 수시로 방고래 무너지던 시절
계좌이체로 바뀐 월급통장은 본인 명의에서 아내에게 넘어가지 않고 있다 지하에 계신 엄니 생각도 같을 거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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