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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사람 시인 / 유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8.

김사람 시인 / 유실

 

 

욕망을 버린 자는 영혼에 가까워

나는 유실물

벤치와의 우연이 필연이라면

가치는 기다림에 있다

비둘기와 노숙자 그리고 낙엽

바람에 묻은 누군가의 살냄새

소중한 것에서 유리된 흔적이다

용도 폐기 전

나를 찾아라

눈 마주친 사람과

독한 사랑을 했을 것만 같은 기억

나만 몰랐을 뿐

바다, 바다마다 별이 아프게 졌다

길에서 주운 물건이

사실은 내가 잃어버린 것

내 것인 줄 몰라 서러운

더운 날이 더러운 날로 느껴져

시간을 통째 버리고 싶었다

영혼을 버린 자는 욕망에 이를지도 모를 일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시인보호구역, 2019, 53쪽

 

 


 

 

김사람 시인 / 물과 나비와 파란 눈을 가진 별

 

 

나는 너를 구성한 물이다

형상을 버렸다

 

체온 차를 이용해

너에게 갈 수 있을까

 

깨지고 남은 우리는 나비일 뿐

 

파란 별이 사는 너의 눈엔

해가 뜨지 않고

 

너를 넘본 불빛은

우주로 스미지 못해

진공의 시간으로 변했다

 

나를 기억하지 마라

 

별이 익사한 나비 시체라면

나는 어디로 가서 무엇이라 불리우고 있을까

 

 


 

김사람 (김진호) 시인

1976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대구교육대학교 음악교육학과. 2008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 '리비도' 同人. 시집 <나는 이미 한 생을 잘못 살았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