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 시인 / 적멸시인(寂滅詩人)
공자(孔子)의 시는 인간의 언어로 빚어낸 지혜의 놀이터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는 직관(直觀)으로 그리는 우주의 모방(模倣)이었다 다윗의 시는 두려움으로 토해내는 죄인의 최후 진술이었다 역사는 언제나 시인을 분주하게 했지만 시는 가식과 절규의 경계가 되어 말없는 이에게 말을 걸어 주었을 뿐 인간의 어리석음은 역사의 모래시계가 되었고 시는 착시와 착각이 엮어낸 눈물의 목걸이가 되었다
시인은 무언가 앎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알지 못해 쓸쓸히 노래를 부르고는 우주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새벽달처럼,
김윤환 시인 / 국화의 삼일
떠난 자의 빛나는 삼일을 위하여 지상의 피 뚝뚝 흘리며 검은 리본 사이 꽂힌 생화를 본다 국화와 분향의 향내가 서로를 의지해 맴도는 동안 눈물 없는 조문은 계속되었다 발인(發靷)과 함께 실려 나가는 꽃들 삼 일간 함께 울어준 꽃잎들 길 위에 떨어지고 땅 위에 떨어지고 알 수도 없는 시간위에 떨어지는 동안 꽃을 보낸 이도 꽃을 받은 이도 그 꽃말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그 꽃씨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진돈 시인 / 비가 외 1편 (0) | 2021.08.09 |
|---|---|
| 손종호 시인 / 마라도에서 외 2편 (0) | 2021.08.09 |
| 성백선 시인 / 귀곡잔도(鬼谷棧道) 외 1편 (0) | 2021.08.09 |
| 박라연 시인 / 물론 외 1편 (0) | 2021.08.09 |
| 김영찬 시인 / 아이발릭(Ayvalik)에서 일박(一泊) 외 3편 (0) | 2021.08.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