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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윤정 시인 / 디디스커스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2.

최윤정 시인 / 디디스커스

 

 

사람을 믿어본 적 없다는 네가

자몽을 건네며 동전같은 미소를

 

바늘로 찔렀는데 아프지 않은 곳이 있다는 네가

디디스커스 섞인 꽃다발 건네주고 다시 멀어진다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빙판을 굴러가다 멈춘 구슬처럼 투명하게 빛나지

 

씨앗만 한 꽃잎 서너 장 손가락 틈 묻어 있고

물감을 갠 물로써 하루가 가능하다면

 

선잠 들기 직전의 디디스커스

서로 기분을 모른 채

 

손가락 근처

사마귀 갈라진 자리, 가지 삶은 물이 스몄던가

 

꽃을 믿어본 적 없는 내가 남아서

꽃집 간판 희미해질 때까지 서성이다가

 

감귤나무의 마지막 감귤 갈라진 표정이 생각났다

옆구리에서 동전이 쏟아진다

 

기억나지 않는 문장이 적힌 쪽지를 찾던 그 날처럼

굳어버린 물감을 갠 물을 하루살이가 허우적거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최윤정 시인

대구에서 출생. 2014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공중산책』 (2017)과 공동 산문집 『프로방스에 끼어들다』 (2017)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