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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시인 / 디디스커스
사람을 믿어본 적 없다는 네가 자몽을 건네며 동전같은 미소를
바늘로 찔렀는데 아프지 않은 곳이 있다는 네가 디디스커스 섞인 꽃다발 건네주고 다시 멀어진다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빙판을 굴러가다 멈춘 구슬처럼 투명하게 빛나지
씨앗만 한 꽃잎 서너 장 손가락 틈 묻어 있고 물감을 갠 물로써 하루가 가능하다면
선잠 들기 직전의 디디스커스 서로 기분을 모른 채
손가락 근처 사마귀 갈라진 자리, 가지 삶은 물이 스몄던가
꽃을 믿어본 적 없는 내가 남아서 꽃집 간판 희미해질 때까지 서성이다가
감귤나무의 마지막 감귤 갈라진 표정이 생각났다 옆구리에서 동전이 쏟아진다
기억나지 않는 문장이 적힌 쪽지를 찾던 그 날처럼 굳어버린 물감을 갠 물을 하루살이가 허우적거린다
웹진 『시인광장』 2021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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