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김영 시인 / 정점
고사포 모래밭에서 조가비 몇 점 주워왔다
숨탄것들이 귀의하는 해변, 고사포
희미한 시간만 우물거리는 가슴 한복판 뜨거움이 아직도 살아있다
기도문을 외운다 산과 들 건너오는 동안 비바람에 무두질당한 계절이 야윈다
바닥을 알지 못했으므로 바깥은 늘 아득했다
귀향을 서두르는 발걸음 눈금이 촘촘하다
싸락눈이 들이친다 생애 단 한 번 허용되는 종말 스무 송이 지문을 모두 바쳐 기다린다
김제김영 시인 / 어젯밤 파도
아버지 지팡이엔 빗소리가 살았다 아버지는 평생 들판의 지팡이기도 했다 지팡이를 세워둔 마루 끝에 자주 소나기가 몰렸다
아버지 어깨는 내내 빗소리 쪽으로 기울었다 부엌에는 깜깜한 소리가 똬리를 틀고 어머니의 가슴으로 가랑비 흘러 함석지붕 더욱 붉어지던 날 아버지는 빗소리보다 더한 해소 천식을 들여놓았다
항아리바닥에서 긁히던 가난과 뭉쳐지지 않는 모래들이 아버지의 지팡이 안에서 만가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지팡이는 외롭고 커다란 울음통이 되었고 나는 그 끝에서 다른 노래를 줍곤 했다
「시인정신」2016년 겨울호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문보영 시인 / 술 담그는 놈 외 4편 (0) | 2021.08.13 |
|---|---|
| 나석중 시인 / 성냥 외 4편 (0) | 2021.08.12 |
| 김이강 시인 / 네가 잠든 동안 외 4편 (0) | 2021.08.12 |
| 노태맹 시인 / 碧巖錄을 읽다. 9 외 4편 (0) | 2021.08.12 |
| 김혁분 시인 / 아무 일 아닌 것도 걱정이 되는 외 2편 (0) | 2021.08.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