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맹 시인 / 가요주점 골든 툼에서 잠들다
1. 술 집 화장실 검은 타일에 비친 얼굴 데드 마스크 같다. 죽은 얼굴이 뒤집어 쓴 건들거리며 오줌을 누고 있는 死者.
젊은 날 중이 되었어야만 했다는 생각 죽어라 木魚 두드리다 미쳐선 그 놈 반 토막 쳐 버리고 어느 허름한 술집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 生 詩와 함께 夭折해 버렸어야 했다는 생각
양주잔이 맥주잔 속으로 떨어져 해탈하는 순간
온다. 거품처럼 오는 거도 오는 거다. 아무리 유치 빤스 같은 낭만적 허무주의라도 진실은 있는거다. 데드 마스크 사방 벽이 황금으로 칠해진 무덤 속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누운 내 生.
2. 병신, 나는 지금 詩人답게 회개하고 있는거다. 무덤의 불을 모두 꺼라 내가 노래 할 차례다.
노태맹 시인 / 젖은 편지를 읽다
자귀나무 붉은 그늘 아래 늙은 소 묶어놓고 연못가 나 둥글게 구부리고 잠들었네 거친 세월이 가고 커다란 바위 같은 천둥 내 잠 속으로 떨어져 갈라지고 자귀나무 검은 그늘 아래 문득 잠 깨었을 때 연못은 여린 짐승처럼 온몸 뒤틀며 붉은 자귀꽃 뱉어내고 있었네 늙은 소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귀나무 붉은 그늘 아래 내 누구의 사랑도 아니었을 때 내 손에 젖은 편지 들려 있었네 검게 번져 읽을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젖은 편지 들려 있었네
노태맹 시인 / 젖은 편지를 찢다
어떤 사랑도 오래 머물지 못했네 푸른 칼은 녹슬어 붉게 부스러지고 검은 팽나무 아래 내 젖은 손은 그대가 빠져나간 둥근 흔적의 가장자리만 더듬네 마음은 비어있고 탱자나무 가시 울울한 내 마음의 자리엔 어떤 사랑도 오래 머물지 못했네 검은 팽나무 아래 내 젖은 편지를 찢네 오 내 검게 번져 읽을 수 없는 나날들을 찢네
노태맹 시인 / 유리에 가서 불탄다
이제 유리에서 푸른 강의 은유는 끝났네. 물고기 산중에 매달려 있고 아침이면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마른 북 울리며 늙은 소 물 마른 강가로 내려오네. 불길한 괘처럼 태양 속에 별이 뜨고 우리 딱딱한 혀는 얼마나 오래 유리의 은유 견디는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적인 유리 나무들 제 마른 팔 부러뜨리고 붉은 새 안간힘으로 둥근 유리의 시간 빠져 나가네. 그러나 여기 유리에서 외부는 없네. 마른 북 울리며 늙은 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물 마른 강가 저녁 얼굴 가리고 부러진 나무 속에 갇혀 우리 불타네, 우우 유리에 가서 우리 불타네.
노태맹 시인 / 세석강에 가서 울다
모든 꽃들 시들고 내 詩 텅 빈 절터에 남은 오층 석탑 같네. 이끼 끼고 금간 그리움 슬픔 우거진 숲속 한갓 무너진 돌무더기로 누워 있고 그리움 슬픔 아닌 모음들만 오오우우 흰 새떼 몰아 저녁 세석강 흘러드네. 버릴수록 더 흘러드는 허구의 강이여 무궁한 허위여, 모든 지상의 빛들 사라지고 없는 세석강 가 내 울음 무슨 몸을 얻어 어둠 속 그 마른 갈대들 흔들 수 있을는지. 강은 바다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하네. 기억이 끊어진 자리자리 깊은 물안개 피어 첩첩한 산속 강물소리 반짝이는 물살 아득한 총소리 흘려보내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반칠환 시인 / 쌍봉낙타 외 6편 (0) | 2021.08.14 |
|---|---|
| 사공정숙 시인 / 손톱 외 3편 (0) | 2021.08.14 |
| 복효근 시인 /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 외 1편 (0) | 2021.08.14 |
| 선안영 시인 / 응시(凝視) 외 5편 (0) | 2021.08.14 |
| 석미화 시인 / 왕오천축국전 외 1편 (0) | 2021.08.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