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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 /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상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요즘처럼 아주 작은 어린이용 자전거 말고 페달에 발끝이 닿지도 않는 아버지의 삼천리호 자전거를 훔쳐 타고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더욱 오른쪽으로 핸들을 기울여보라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핸들을 더욱 기울여보라 그렇다고 어떻게야 되겠느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밖에 없는 이 곤두박질 나라에서 수도 없이 넘어져보라 넘어지는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기울여야 하는 이치를 자전거를 배우다보면 알게 되리라 넘어짐으로 익힌 균형감각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비들을 이해할 날도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에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네가 아비가 되어 있으리라
복효근 시인 / 시민 K
양파가 뿔 같은 새싹을 내밀고 있다 제가 저를 빠져나가는 중
한 생이 한 생에 맞물려 한쪽은 물크러져 벌서 시취가 난다
살기 위해 죽을 힘을 써야 하는 붉은 양파망
출구이고 입구인 결국 출구도 입구도 아닌 조여진 구멍이 하나
빠져나왔다 싶은데 기껏 뚫고 나온 한쪽은 발 디딜 곳 없다
아래 아래층 어디에선가 나가 뒈져버려 악다구니 소리 쾅 문 닫히는 소리
죽어서도 양파는 양파 다시 태어나도 양파는 어쩌자고 또 양파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선 담뱃불 하나 늦도록 금연구역을 맴돌고
파랗게 질린 양파 싹이 웅크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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