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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숙 시인 / 토마토의 시간
좁은 나는 얼마나 광활한지
나의 하루 일과는 둥근 나를 천천히 돌아서 저물녘 나에게 돌아오는 것 비가 내리는 날에도 웅덩이에 빠지며 드넓은 나를 도네
사람들이 부르는 내 이름처럼 세상은 모두 둥글어 보여 당신이 돌린 등도 둥그네
나의 하루 일과는 나를 돌며 인사하고 인사하고, 그리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 쌓이는 인사만큼 나는 더욱 둥글어지네
나의 하루일과는 끝내, 나의 둘레를 도는 것 그리하여, 시간의 곁가지를 키우는 것 풍선 불던 시간과 껌 씹던 시간과 당신의 뒤통수가 층계 아래로 사라지던 시간과 한밤중 발소리에 밖을 내다보던 시간과 손뼉을 치며 함께 웃던 시간들을 그곳에 실컷 매달아놓는 것
좁은 나는 얼마나 광활한지 나를 돌면 돌수록 신앙심이 깊어져서 나는 점점 위험한 색깔을 띄네 눈을 또렷이 뜬 채, 내가 기다리는 것은 축제의 시간 누군가 나를 던지고 쥐어짠다면 여름을 주르륵 쏟으며 큰 소리로 인사할 것이네
성금숙 시인 / 눈
하얀 생각을 뭉치면 그 겹겹은 어둡습니다
검은 생각들,
사람을 둥글게 뭉치면 덩어리가 됩니다
깔깔대고 박수를 치고 연대하는 뭉치기 좋은 광장은 사람을 사람은 눈을 뭉칩니다
뭉친 덩어리를 굴리고 받고 던지고 던지고 받고 굴리고
덩어리는 오른쪽 왼쪽 골고루 불어납니다
역삼각형 얼굴에 찢어진 눈꼬리 사람들이 내게 둥글둥글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뭉치느라 늘 어깨통증이 있습니다만, 눈 내리는 광장을 보며 또 눈을 뭉칩니다 불어나기를 멈추지 않아서 나는 떠오릅니다
둥둥 떠오른,
납작한 그 뒤통수를 쳐진 눈꺼풀 안쪽에서 나의 슬픈 눈이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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