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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교 시인 / 잉걸불
이 것 좀 봐 아직도 덜 탔나 봐 흰 머리를 날리며 벌겋게 달아 오른 게 꼭 네 아비 같구나 장작불을 얼굴에 담고 오일팔 날 도청으로 가던 네 아비 같구나 새가 날아와 노래할 때에도 열매가 열릴 때에도 뿌리 깊은 나무로 살겠다 면서도 활활 타는 꿈을 꾸고 있었던가 봐 아무렴 때가 되면 타야지 투덕투덕 타다닥 탁탁 솟구쳐야지 세상을 삼킬 듯 이글 거려야지 홀치더라도 가무러지더라도 벌불이 되어서라도 다시 피어나야지 불거금을 가져 오너라 조심조심 집어라 방안에 들이자 꽃굴불로 살려 놓자
오대교 시인 / 잿물
투다닥 투다닥 마른 콩대를 태우자 시루에 재를 담아 바가지 물을 부으면 검붉은 잿물이 흘러내리지 무명 당목 담긴 솥에 처얼철 붓고 짚불을 때자 펄펄 끓어 넘치면 냇가 맑은 물에 헹구고 촉작 촉작 촉작 빨랫돌이 울리도록 방망이를 두들기자 막내야 세월이 찌들었다면 마음에 때가 끼었다면 어쩌겠느냐 너를 태워라 네 마음을 푸욱푹 삶아라 가슴을 토닥이며 울어라 눈부실 만큼 하얗게 될 때까지
오대교 시인 / 호롱불
너무 어두워 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면 네 가슴 속에 불을 켜라
빛이 약하면 심지를 끌어 올리고 그을음이 많으면 높이를 조절하여라
사람은 누구나 심지를 가지고 산단다 더 밝아지고 싶으면 쌍심지를 돋우기도 한단다
호롱에 기름을 부으시던 할아버지 나는 밤새도록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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